“유기견 훈련시켜 장애인 도우미로 보내요”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08 12: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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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마도면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에서 두 살 된 푸들 믿음이가 경지윤 훈련사로부터 기본복종 교육을 받고 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2월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마도면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 입구에는 플래카드가 여러 장 붙어 있었다. ‘1000마리 입양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센터 정문에 들어서자 믿음이(2·푸들)와 시추, 몰티즈에 잡종견까지 유기견 10여 마리가 경계하듯 맹렬히 짖었다. 일부 유기견은 세차게 꼬리를 흔들었다.

“물지 않으니까 겁내지 마세요.” 훈련사 경지윤 씨(25·여)가 웃으며 맞았다. 경 훈련사는 매개활동견으로 곧 입양될 믿음이를 훈련시키고 있다. 매개활동견이란 정서적 사회적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의 회복을 도와주고 더 나아가 예방까지 해주는 일종의 치료 도우미견이다. 2018년 11월 나눔센터에 온 믿음이는 경 훈련사의 ‘앉아’ ‘일어서’ ‘기다려’ 명령을 척척 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죽는 척’ 명령까지 수행하는 애교를 부렸다.



2013년 3월 문을 연 나눔센터는 경기도 직영으로 유기견을 훈련시켜 장애인과 홀몸노인, 일반인에게 무상으로 분양하고 있다. 유기견을 훈련까지 시키는 시설은 전국에서 나눔센터가 유일하다. 유기동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동물생명 존중의식을 키워보자는 게 이곳의 목표다.

개소 후 나눔센터에서 입양 보낸 유기견은 2016년 195마리, 2017년 233마리, 지난해 292마리로 매년 늘고 있다. 2월 16일 새 가정으로 보낸 밤비(시추·2)가 나눔센터 1000번째 입양견이다.

3600m² 터에 관리동(동물병원 포함)과 사육시설 2개동으로 이뤄진 나눔센터에는 현재 수의사 2명, 훈련사 4명이 일한다. 하루 평균 자원봉사자 12명이 일을 도와준다. 누적 자원봉사자만 1만 명이 넘었다. 이날 자원봉사하러 온 정재훈 군은(18) “꿈이 수의사이고 개를 좋아하지만 집에서 키우지 못하게 해 여기서 대리만족도 겸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간 나는 대로 자원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눔센터는 경기지역 31개 시군의 유기견 위탁보호소에서 도우미견 자질이 있는 유기견을 선발해 데려온다. 다섯 살 이내여야 하며 건강 상태와 적응성 등을 살펴본다. 나눔센터에 오면 신체 및 혈액검사와 백신접종 등을 거쳐 한 달간 기본 복종과 배변, 소리적응 훈련 등을 거쳐 입양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사람과의 잦은 접촉을 통해 인간친화성을 높이고 다른 강아지들과도 많이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른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됐다고 판단되면 테스트를 통해 청각장애인과 홀몸노인에게 먼저 분양한다. 이후 일반인 희망자에게 보낸다. 현재 훈련 중인 유기견은 60마리인데 나눔센터에 온 지 보통 3개월 안에 입양된다.

유기견 실태는 ‘반려견 1000만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다. 경기지역에서 버려지는 개는 2016년 1만5260마리, 2017년 1만7031마리, 2018년 2만87마리로 쉼 없이 늘어난다. 시군 유기견보호소에서 나눔센터나 새로운 주인의 눈에 띄지 못하면 대부분 안락사를 시킨다.

남영희 나눔센터장은 “우리도 심각한 병을 앓거나 전염병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진행한다. 그 순간 우리가, 강아지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며 “1000번째 입양된 밤비를 계기로 더더욱 동물 보호와 복지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