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강장 초미세먼지, 기준치 5배… 거리보다 더 숨막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05 10: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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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오전 11시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동아일보 취재진이 초미세먼지 측정기기로 직접 측정한 초미세먼지 농도. 239㎍으로 같은 시각 서울의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129㎍)를 뛰어넘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이거 실화예요?”

 3월 4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A패스트푸드점. 동아일보 취재진이 초미세먼지 측정기기를 가동하자 주변에 있던 대학생들의 눈이 커졌다. 측정기기에 나타난 패스트푸드점의 실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151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었다. 이 수치를 확인한 신준영 씨(20)는 옷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다시 꺼내면서 “마스크를 쓰고 햄버거를 먹어야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패스트푸드점 바로 앞 도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93μg으로 실내보다 높았지만 실내라고 ‘청정지역’은 아니었다. 오히려 실내 역시 ‘매우 나쁨(76μg 이상)’ 수준이어서 사실상 실외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문을 여닫으면서 외부 공기가 계속 유입되는 상황에서 공기청정기가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1시 반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농도는 239μg까지 치솟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외부에서 들어온 초미세먼지에 터널 등에서 날리는 초미세먼지가 더해져 지하철역 승강장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환경부는 7월부터 지하철 역사 내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50μg 이하로 신설한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등 지하철 운영 사업자는 이에 맞춰 역사 내 초미세먼지 농도를 조절해야 하며 이를 어기다 적발될 경우 최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당장 50μg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 기준을 넉 달 만에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2월 27일부터 엿새째 이어진 이날은 각 학교의 개학이 겹쳐 학부모들의 걱정이 더 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미세먼지 대응 방법은 이민이 답인가요?’ ‘공기청정기를 추가 구매했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3월에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몰려오는 것은 이례적 현상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2월 말부터 기승을 부린 적은 드물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초미세먼지 배출원이 어디에 있는지 향후 면밀한 분석을 해봐야 한다”면서 “마치 서해상에 다리가 하나 만들어져 그걸 타고 마구 넘어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 한때 m³당 초미세먼지 농도는 경기 수원시가 203μg, 충남 천안시가 194μg, 인천 남구는 177μg까지 치솟았다. 3월 5일 초미세먼지 농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4일 ‘보통’ 수준이던 제주와 경남 역시 5일 ‘나쁨’ 이상일 것으로 예보했다. 3월 6일은 제주만 ‘보통’으로 회복하고 다른 지역은 여전히 ‘나쁨’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까지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이면 2015년 초미세먼지 예보 이래 최장기 연속 ‘나쁨’ 일수를 기록하게 된다. 지금까지 최장기 연속 ‘나쁨’ 일수는 2018년 3월 23일부터 30일까지 8일간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3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도권과 충청권 등 10개 시도 부단체장들과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조 장관은 “현 상황이 엄중하다. (2월 15일) 미세먼지특별법을 시행한 뒤 차량 운행 제한과 사업장·공사장의 조업시간 조정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 만큼 각 시도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상저감조치보다 더 효과가 좋은 방법을 강구 중”이라며 “다른 부처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지만 강제 휴업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