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 나태해질까 걱정” “어르신수당, 재정에 큰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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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2019-03-04 13: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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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수당’과 ‘서울 중구 어르신 공로수당’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두 수당은 현금으로 지급된다는 것 외에 특정 연령층이 수혜 대상인 이른바 ‘세대 수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동아일보는 2월 28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만난 노인 10명과 맞은편 어학원에서 나오는 대학생 등 청년 10명에게 각각 청년수당과 어르신수당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 논란의 중심, ‘세대 수당’



청년수당은 2016년부터 시행 중이다. ‘주 30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나 취업준비생, 중위소득 150% 미만의 만 19∼29세’ 청년에게 매달 50만 원을 2개월에서 6개월까지 지급한다. 2월 국회 정책토론회에서는 청년수당을 소득 제한 없이 ‘청년 기본소득’ 형태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찬반 논쟁이 불붙었다.


어르신 공로수당은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기초연금 대상자에게 지역화폐 형태로 매달 10만 원씩 지급된다. 중구와 이웃한 성동구에서는 “현금으로 주는 경우 재원이 안 되는 나머지 구에서는 민원이 폭증한다. 자치구에서는 서비스 복지가 옳은 방향”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및 재산 하위 70%까지 지급되는 기초노령연금과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 노년층, “청년들, 배고프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한 60∼80대 노인 10명 중 6명은 현행 청년수당에 반대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최재학 씨(80)는 “청년들이 정말 배고프다면 중소기업이나 하다못해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공사판에 왜 못 가느냐”며 “일을 안 해도 돈을 받을 수 있으면 버릇이 나빠질 것 같다”고 했다. 문승권 씨(85)는 “일하고 싶은 청년들을 모집해 단체로 교육을 시키거나 일을 시키는 게 맞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에서 온 송경준 씨(67)는 “그 돈으로 건강한 청년들보다 송파구 세 모녀처럼 취약계층을 도와주는 게 우선일 것 같다”며 반대했다.

현행 청년수당에 찬성한 10명 중 4명은 “청년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서중석 씨(77)는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되는 대로 일했지만 청년들은 하기 싫은 일에 세월 낭비하지 말고 우리와 좀 다르게 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청년수당을 소득 제한 없이 확대하는 것은 10명 모두 반대했다.



○ 청년들, “어르신수당, 재정 부담만 막대”




20, 30대 청년들 역시 어르신 수당에 7 대 3으로 반대 의견을 보였다.

대학생 최주연 씨(24)는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의료비와 생활비일 텐데 현재 비용에 10만 원을 보탠다고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원호 씨(26)는 “술이나 담배 같은 기호식품 소비로 흘러가지 않도록 차라리 기초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을 더 사들여 지급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되는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불만도 제기됐다. 위예지 씨(26·여)는 “한 번 주기 시작한 돈은 되돌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더 늘어날 뿐”이라고 우려했다. 진효은 씨(23·여)는 “노인에게는 현금이 여러모로 편리할 것 같지만 65세보다는 연령을 높이고 소득분위도 낮추는 게 분배 효과도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본인 세대수당에는 찬반 팽팽



중구의 어르신수당에 대해 노인 10명은 5 대 5로 찬반이 나뉘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강민구 씨(73)는 “소득 없는 노인들에겐 한 푼이 아쉽다. 재정 여유가 있는 자치구는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재열 씨(79)는 “서울시청 1층 재정 상황 전광판만 봐도 빚이 어마어마한데 너도나도 달라고 하면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반대했다.

서울시의 현행 청년수당에 대한 청년 10명 역시 5 대 5로 의견이 갈렸다. 직장인 윤지민 씨(29·여)는 “조금이라도 나라에서 혜택을 받는다면 취업한 후 세금 낼 때 거부감도 덜할 것 같다”고 했다. 이은영 씨(22·여)는 “학원이나 국가 교육 수강비 할인 같은 정책 효과가 더 확실하다”며 반대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