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까지 법정 세운다”… 獨, 끝없는 나치전범 단죄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04 11: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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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프랑스의 독일 접경도시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대교회당의 대리석 기념비가 파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알랭 퐁타넬 부시장은 반유대주의 사건으로 규정했다. 알랭 퐁타넬 스트라스부르 부시장 트위터
지난달 25일 독일 뮌스터 지방법원은 요한 레보겐 전 나치 강제수용소 경비병(95)에 대한 재판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레보겐은 1942∼1944년 폴란드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수백 명의 유대인 살인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민간인 6만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당시 18∼20세로 청소년(21세 미만)이었다. 이 때문에 독일 청소년 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그는 지난해 12월 심장병과 신장 질환으로 입원했고 이후 재판은 중단됐다. 법원이 지정한 의사는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청소년기에 나치 수용소 경비병을 맡았던 90대 고령자에 대한 재판이 아직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마우트하우젠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1944년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경비를 맡았던 한스 베르너(96)도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그는 이 수용소에서 살해당한 3만6223명의 살인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차대전이 끝난 지 74년이 지났지만 선조들의 잘못을 밝혀내려는 독일 나치범죄중앙수사국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은 러시아 모스크바부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세계를 훑으며 나치에 가담했던 생존자들을 찾고 있다. 2차대전 당시 20세 초반에 불과했던 이들은 90대가 됐고 최대 수천 명이 아직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치 헌터’(나치 사냥꾼)로 불리는 옌스 로멜 나치범죄중앙수사국장은 “매년 약 30명의 잠재적인 가해자를 발견하고 있다”며 “우리는 시간과 싸우고 있다”고 지난해 AFP통신에 말했다. 루트비히스부르크 소재 수사국 건물에는 관련 기록 170만 개가 알파벳순으로 정리돼 있다.





독일에서도 2차대전 종료 직후 나치 전범들을 충분히 처벌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메리 풀브룩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역사학과 교수에 따르면 1946년부터 2005년까지 나치 가담자 20만 명 중 14만 명이 법정에 섰으나 6656명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독일은 나치 전범에게는 공소시효를 없앴고 목격자 증언만 있으면 살해를 방관한 이들도 처벌할 수 있도록 2011년 관련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당시 20대였던 나치 수용소 경비병도 재판장에 세울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기소된 레보겐은 “나는 가스실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14세의 나이로 슈투트호프 수용소에 있었던 주디 메셀 씨(90)는 그를 정확히 기억했다. 그는 소견서에서 “그는 내가 평생 그리워한 엄마를 죽인 살인자들을 도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최근 유럽에서 극우주의가 확산되고 있고 반유대주의 사건도 잇따라 발생하기도 한다. 2일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서는 유대교회당 기념비가 파손됐다. 알랭 퐁타넬 스트라스부르 부시장은 “반유대주의 징후를 내포한 사건”이라며 “슬프게도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스트라스부르 북동쪽에 위치한 카체나임 지역에서도 유대인 묘비 80여 개에 나치 문양을 그려 넣는 등 반유대주의자의 소행으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해 반유대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