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목숨 바친 조국의 국민돼 영광”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28 10: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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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이인섭 선생의 손자 이펠릭스 씨(왼쪽)와 최재형 선생의 손자 최발렌틴 씨가 2월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적 증서 수여식’에서 할아버지의 독립운동자료집과 후손들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과천=뉴시스
“할아버지께서 목숨 바쳐 이루고자 했던 독립이 이뤄지고 제가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만세!”(독립운동가 이여송 선생의 손자 이천민 씨·64)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2월 27일 법무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적 증서 수여식’에서는 독립운동가 후손이 100년 전 할아버지처럼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일제강점기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한 19명의 후손 39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었다. 후손들은 러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쿠바에 흩어져 살다 국적 증서를 받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손자 최발렌틴 씨(81)는 “할아버지께서 이루고자 했던 것은 ‘러시아 거주 동포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과 대한민국이 조국의 침입자로부터 해방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실현돼 가슴이 뿌듯하다. 저의 명예를 걸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함경북도 경원 출생인 최재형 선생은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에게 자금을 대는 등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쏟아붓고 상하이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으로 추대된 인물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 본부를 둔 ‘독립단’을 조직했다.

권재학 선생의 후손 김넬랴 씨는 어눌한 러시아어 말투였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소감문을 읽었다. 그는 “외할아버지는 일제 때 사할린으로 강제징용을 당해 한국을 그리워하며 눈물도 많이 흘리셨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면서 “발전된 조국을 보시면 하늘에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재학 선생은 1919년 4월 1일 충북 음성 소이면에서 수백 명의 시위 군중을 이끌고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이여송 선생의 차손 이천민 씨는 “할아버지는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장백 밀림 속에서 28세의 아까운 나이에 순난하셨다”면서 “이러한 애국 장령들의 소원이 바로 오늘날의 민주와 자유, 평등의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이 선생은 1936년 중국 지안(集安)에서 일본군과 전투하다 전사했다.

법무부는 2006년부터 해마다 강제이주 등으로 타국에서 살아온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찾아 국적증서를 수여해왔다. 지금까지 1118명의 독립유공자 후손이 대한민국 국적을 얻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유공자를 계속 발굴해 후손들이 한국 국적을 되찾아 국내에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