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상으로 만나는 ‘파란눈의 독립운동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01 06: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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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 시티갤러리에서 열린 ‘한국의 독립운동과 캐나다인’ 전시회 개막식을 찾은 딘 스코필드 씨. 스코필드 씨는 3·1운동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의 손자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할아버지가 살아계셔서 지금의 한국을 본다면, 포기하지 않고 이만큼의 경제적·민주적 성취를 이뤄낸 한국을 매우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26일 오후 5시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 시티갤러리. 23일부터 시작된 ‘한국의 독립운동과 캐나다인’ 전시 개막식이 열렸다. 단상에 선 딘 스코필드 씨(57)는 자신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개막식 참석을 위해 25일 밤 한국을 찾은 그는 “할아버지 묘 앞에서 만난 분으로부터 ‘스코필드 박사님이 (6·25)전쟁으로 부모님을 잃고 길을 헤매던 나를 두 팔로 안아주시고 2년간 보살펴주셨다’는 감사의 말을 들은 적도 있다”며 “눈부신 발전을 이뤄온 한국과 함께 할아버지를 기념할 기회를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한국명 ‘석호필’로도 알려진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다. 캐나다장로회 소속 선교사이던 스코필드 박사는 1916년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교수로 한국에 왔다. 1919년 군중이 광장에 모여 만세를 외치는 3·1운동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해외에 알린 인물로 ‘34번째 민족대표’로 불리기도 한다. 1920년 일제에 의해 추방됐지만 1958년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독재정부를 비판하고 가난한 학생들과 고아를 돌봤다. 1970년 4월 12일 눈을 감은 스코필드 박사는 “한국 땅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외국인 최초로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코필드 박사를 포함해 한국의 독립과 발전에 헌신한 캐나다인 5명을 기린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적을 초월해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린 ‘파란 눈의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자는 취지다.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실린 의병 사진을 남긴 종군기자 프레더릭 매켄지, 함경북도 성진(현 김책)에 병원과 학교를 세운 로버트 그리어슨, 명신여학교를 설립해 여성 교육에 힘쓴 아치볼드 바커, 중국에서 독립운동 중 부상한 이들을 치료하고 희생자 장례식을 치러준 스탠리 마틴 등의 모습과 이들이 남긴 당시 사진, 영상, 글 등 50여 점의 기록물이 전시된다.


개막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마이클 대나허 주한 캐나다 대사 등이 참석했다. 정 전 총리는 중학생일 때 만난 스코필드 박사에게서 영어를 배운 인연이 있다. 서울시와 주한 캐나다 대사관이 공동 주최하고 호랑이스코필드기념사업회, 한국고등신학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전시는 31일까지 열린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