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좋아졌네” 안방극장 찾는 영화배우-감독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27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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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 ‘트랩’(위 사진)은 영화 시나리오를 각색한 작품으로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MBC 드라마 ‘아이템’에 출연한 주지훈처럼 영화를 선호하던 배우들의 드라마 진출도 활발해졌다. OCN·MBC 제공
“영화 제작 방식에 드라마 대본을 합치니, 이게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헷갈리네요.”

2월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킹덤’에 출연한 배우 주지훈은 모호해진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실감한다고 했다. ‘킹덤’은 영화 ‘터널’(2016년) 김성훈 감독과 tvN 드라마 ‘시그널’(2016년) 김은희 작가의 합작품. 그는 2월 11일부터 방영된 MBC 드라마 ‘아이템’에도 출연 중이다. 그는 최근 3년간 영화 4편을 찍을 정도로 영화를 선호하는 배우였다. 드라마 출연을 결심한 건 사전 제작 시스템의 영향이 컸다. 쪽대본이 난무하고 밤샘 촬영이 이어지던 드라마 제작 환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배우, 영화감독의 드라마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판에 가면 드라마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업계의 정설(?)도 옛말이 된 셈이다.

2009년 MBC ‘트리플’ 이후 드라마계를 떠난 배우 이정재도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검토하고 있다. 2월 9일부터 방영 중인 OCN 드라마 ‘트랩’은 당초 영화로 만들 준비를 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물 관계를 담아내기 어려워 ‘킹덤’과 유사한 7부작 드라마로 변경됐다.

‘백야행’(2009년) 등을 연출한 박신우 감독은 “영화감독은 촬영 전 전체 콘티와 대본이 나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 사전 제작 후 방영하기로 한 계약 조건 때문에 ‘트랩’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촬영 여건이 잘 짜인 덕분에 이서진 등 배우 섭외도 용이했다. 관객 15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도 차기작으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택했다.


‘세븐’(1995년), ‘소셜네트워크’(2010년)의 영화감독 데이비드 핀처가 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2013년) 연출을 맡는 등 해외에서는 영화, 드라마 간 이동이 활발하다.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도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됐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영화 특유의 화면을 드라마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장 크다. 시나리오 집필이 가능한 영화감독의 특성상 드라마로 전환하는 것도 자유롭다. 2∼3년 전부터 영화 기술 스태프가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면서 배우, 감독들의 이동도 가속화됐다. 한 영화 촬영감독은 “영화와 드라마 간 호환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 연출이 자리 잡은 후 드라마를 제작하자는 요청이 늘었다”고 했다.

대형 영화 배급사들의 드라마 시장 진출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쇼박스는 웹툰 ‘이태원 클라스’와 ‘대세녀의 메이크업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NEW도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년)를 드라마로 만든 데 이어 ‘보좌관’을 준비 중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