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나와” “싫어요, 더 뛸래요”… 컵대회 결승 맨시티와 격돌 첼시, 연장 후반 황당한 교체 거부 사태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26 09: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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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왼쪽 사진 왼쪽)이 2월 25일 맨체스터시티와의 리그컵 결승 연장 후반에 골키퍼 윌리 카바예로와 대화를 하고 있다. 감독은 골키퍼를 교체하려 했지만 선발 출전한 케파 아리사발라가(오른쪽 사진 오른쪽)는 지시를 거부했다. 런던=AP 뉴시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와 맨체스터시티(맨시티)의 리그컵(카라바오컵) 결승이 열린 25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연장 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첼시 의료진은 그라운드에 들어가 아리사발라가의 상태를 살폈다. 이때부터 첼시의 ‘막장 드라마’가 시작됐다.

마우리치오 사리 첼시 감독은 골키퍼 교체를 결정했다. 승부차기에 대비해 맨시티 선수들의 슈팅 특징을 잘 알고 있는 골키퍼 윌리 카바예로를 부상당한 아리사발라가 대신에 투입하려고 했다. 카바예로는 과거에 맨시티에서 뛰었던 선수다. 카바예로가 교체 투입을 기다릴 때 아리사발라가는 벤치를 향해 손가락을 흔들며 교체를 거부했다. 답답한 표정으로 교체를 지시하는 사리 감독과 짜증 섞인 표정으로 거부하는 아리사발라가의 신경전이 약 3분간 지속됐다.



결국 교체를 포기한 사리 감독은 격분해 펜을 의자에 집어던졌다.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출구로 향하던 그는 발길을 돌려 벤치로 돌아왔다. 교체 지시를 거부한 아리사발라가가 끝까지 골문을 지킨 첼시는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해 우승에 실패했다. 아리사발라가는 상대 키커 한 명의 슈팅을 막았지만 승부차기 내내 부상 부위에 통증이 있는 듯 다리를 만졌다.

경기 후 아리사발라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첼시 선수였던 크리스 서턴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팀에 대한 반역 행위다. 아리사발라가가 더는 첼시에서 경기를 뛸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첼시의 수비수였던 존 테리는 “교체 사인이 뜨면 선수는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리사발라가는 지난해 8월 첼시가 7950만 유로(약 1011억 원)의 이적료로 영입한 선수다. 아리사발라가를 비롯해 스타 선수를 대거 보유한 첼시지만 조직력 문제를 드러내며 EPL 6위에 그쳐 있다.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다는 평가와 함께 경질설에 시달려 온 사리 감독은 이번 파문으로 팀 내 입지가 더 좁아지게 됐다.

경기 후 사리 감독은 “아리사발라가의 행동은 잘못됐다. 하지만 오해도 있었다. 나는 처음에 아리사발라가의 몸 상태를 정확히 몰랐고 3, 4분 후 의료진이 설명을 해준 뒤에야 그가 계속 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아리사발라가는 “반항할 의도는 없었다. 나는 그저 ‘몸 상태가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