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집권 82세 대통령 이제 그만” 거리 나선 알제리 국민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26 09:08:10
공유하기 닫기
“휠체어 탄 대통령, 5선 출마 욕심 버려라” 2월 24일 알제리 알제에서 시민들이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다. 1999년 취임한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4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5번째 임기를 수행한다. 알제=AP 뉴시스
고령의 아프리카 대통령들이 권력에 강하게 집착하면서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이 이달 초 “5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반발한 유권자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월 24일 수도 알제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대선 출마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알제리 국기를 흔들며 “5번째 임기는 안 돼” “알제리는 군주제가 아니다” 등을 외치며 행진했다. 올해 82세인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1999년부터 20년째 집권하고 있으나 고령, 병환으로 ‘병약한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그는 2013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건강 악화 이후 대중 앞에 등장하는 일도 현저히 줄었다. 그런데도 권력 의지를 버리지 못하자 충돌이 빚어지기 시작한 셈이다.

2월 23일 한 시위 참가자는 언론에 “거동조차 힘든 사람이 대통령을 다시 맡는 것은 국가 존엄성 자체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국민은 ‘변화와 개혁’을 원한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거리 시위 자체가 금지된 알제리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2011년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이 발생했을 때도 건재했다. 치솟는 물가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젊은층이 해외로 떠난 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유지했다. 2월 23일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1999년 취임 당시 ‘안전한 국가’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을 물리치며 안정을 이뤘다”며 “‘평화와 안정’을 원하는 국민에게는 여전히 인기다. 재선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대선 후보가 난립하고 있고 야권은 통합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 그의 재선 가능성이 제기된다. 1월 초 대선 후보 등록을 시작한 뒤 현재 200명 이상이 후보로 등록했다. 직전 선거인 2014년 대선보다 후보가 배나 많다. 야당은 부테플리카 대통령에게 맞설 단일 후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족해방전선(FLN) 등 연립여당 지도자들은 “선거는 형식일 뿐이다. 4월 18일 선거 당일은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월 23일 대통령선거를 치른 나이지리아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선거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으나 경합을 벌이고 있는 최종 후보들은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유권자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양강 구도를 형성한 후보는 2015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연임을 노리는 군인 출신 모하마두 부하리 대통령(76)이다. 야권 인민민주당(PDP)이 내세운 후보는 1999∼2007년 부통령을 지낸 아티쿠 아부바카르(72)다. 시민 도르카스 너새니얼 씨(20)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생애 첫 투표를 앞두고 행복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모두 내가 생각하는 그런 후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인구는 약 1억9000만 명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18∼35세로 젊은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35세 미만 젊은층의 절반 이상이 무직이거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할 뿐이다. 2018년 12월 물가상승률이 11.4%를 기록하는 등 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아랍의 봄’ 진원지이자 유일하게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튀니지의 사정도 좋지 않다.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92)은 1월 언론 인터뷰에서 연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튀니지는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를 이뤄낸 얼마 안 되는 국가”라며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대선에 출마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야당은 “에셉시 대통령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권좌에 있기를 원한다”고 비난했다. 치안 불안으로 관광산업이 침체된 튀니지에는 외국인 투자도 줄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