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이란대사 “美, 팔레스타인 문제 가리기 위해 ‘이란 포비아’ 만들어”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25 13: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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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7일 미국의 대 이란 제재가 부활한 이래 지난 22일 200일을 넘겼다. 미국과 이란 관계는 최근 들어 더욱 격화되는 모양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등은 이란을 ‘최대 위협’으로 지칭하며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사에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55)는 15일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 포비아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이란 포비아는 (이스라엘과 갈등 관계인)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란은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테러 단체와 싸움에 맞서왔다. 이란 포비아는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달 13,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미국의 주도로 이란 제재 문제를 주 의제로 하는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이 회의에 대해서도 “왜 중동문제를, 다른 나라들 주도로 폴란드에서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중동문제는 중동 국가간 논의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존 볼턴, 마이크 폼페이오 같은 반 이란 인사들이 백악관 주요직에 부임하며 이란 포비아가 강력해졌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란은 우리의 책임을 지켜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이 체결한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를 선언했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최근 이란 정부는 미국을 대신해 유럽 국가들이 상응하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면 핵합의를 탈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핵합의 백지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핵합의 유지 여부는 향후 상황과 국가의 이익에 따라 정부가 결정한 문제”라고 운을 떼면서도 “우리는 가능한 약속과 책임을 다하려는 입장이지만 유럽과 P5(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도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들까지 협박하고 있다”며 “반면 이란은 당시 약속한 사항을 준수했으며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인정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IAEA는 이란 핵합의 체결 후 3개월마다 이란의 이행 실태를 점검해 보고서를 낸다. IAEA는 지난 22일 이란이 핵합의 사항을 여전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외신들은 미국이 8월 달러화 구매 금지 및 이란 리알화를 통한 거래 금지 등을 포함한 1차 대 이란 제제에 이어 11월 석유 수출을 일부분 봉쇄한 2단계 제재를 단행하며 이란 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한바 있다. 그러나 샤베스타리 대사는 “러시아 터키 중국과 교역이 순조롭게 진행되는데다 최근에 유럽과 인스텍스(대이란제재우회금융회사) 설립으로 약이나 생필품, 석유 거래 등이 가능해졌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또 최근 경제 사정에 따라 이란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어려운 경제상황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고 있다”며 미국을 재차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집에서 부모와 자식간 의견차이가 있어도 외부에서 위협하는 존재가 생기면 가족은 단결하기 마련”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중국에서 8년 간 외교관 생활하는 등 23년을 동아시아 지역 관련 일에 몸 담아온 동아시아통이다. 그는 스스로를 “한국 대사 부임 제안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하겠다고 나섰다고 할 만큼 친한(親韓)파”라고 밝히기도 했다. 샤베스타리 대사는 “한국과 이란이 모두 원치 않는 미국발 제재로 인해 안 좋은 영향을 받는 게 유감”이라면서도 “양국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한반도 평화 무드에 대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과 관계개선 움직임을 지지한다”며 “이란은 늘 비핵화를 지원한다고 밝힌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를 지지합니다. 이란은 과거부터 한반도 평화 관련해 서울과 평양 모두에게 우리가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해 왔습니다. 그러한 요청이 들어오면 우리는 늘 준비가 돼 있습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