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제작자 방시혁, 서울대 졸업식 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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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2019-02-25 10: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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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대학 캠퍼스의 ‘마지막 수업’은 졸업식 축사다. 유명 인사의 통찰이 담긴 축사는 새로운 출발을 앞둔 졸업생에게 때론 위로가, 때론 인생의 길잡이가 된다. 그래서 해마다 졸업식 명연설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1년, 단 두 마디였던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옥스퍼드대 졸업식 축사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인생 지침으로 통한다.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서구 대학에선 문화예술계 인사도 단골 초청연사다. 무명 시절의 실패와 좌절을 딛고 꿈과 도전의 인생을 살아온 이들의 축사는 전·현직 대통령이나 기업인, 정치인 못잖게 인기다. 가난한 이혼녀에서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작가가 된 조앤 롤링은 2008년 하버드대에서 “누구나 실패할 수 있지만 실패가 두려워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실패”라고 역설했다. 미국 코미디언 코넌 오브라이언의 2011년 다트머스대 축사, “실패로 새롭게 태어나라”는 메시지도 여전히 회자된다.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2015년 뉴욕대 예술대 졸업식에서 “여러분은 해냈다. 그리고 엿 됐다”는 파격으로 시작해 오디션에서 거절당하더라도 “다음에(Next)”라는 주문을 되뇌라고 당부했다.



▷국내 대학의 졸업식은 내외 귀빈을 일일이 호명하며 참석자들을 졸게 만드는 뻔한 축사가 많았지만 요즘 변화가 일고 있다. 26일 서울대 졸업식에선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제작자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47)가 축사를 한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방 대표는 재학 때인 1994년 한 음악경연대회에서 수상하며 가요계에 발을 들인 뒤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2005년 자신의 회사를 세우고 2013년 방탄소년단을 데뷔시켜 세계적 그룹으로 키워냈다.

▷방 대표의 축사는 문화예술계 인맥이 두꺼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직접 부탁해 성사됐다고 한다. 그동안 현직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인사, 교수, 기업인들이 서울대 졸업 축사를 맡아온 것과 비교하면 신선한 러브콜이라 할 만하다. 우리 대학에서도 유명 인사의 솔직한 자기 고백과 성공·실패의 경험담이 담긴 품격 있는 축사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