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로 대륙 관통… ‘中 뒷배’ 과시한 김정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25 1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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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처럼 열차로 베트남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23일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하며 배웅을 나온 당과 정부, 군 고위 간부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단둥, 톈진을 거쳐 중국과 베트남 국경까지 약 4500km를 2박 3일간 열차로 이동한 뒤 자동차로 갈아타고 26일경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신화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을 관통하는 4500km의 ‘열차 행군’에 들어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25일 베트남 하노이로 출국한다. 북-미 정상이 두 번째 핵 담판을 벌일 ‘하노이 슈퍼 위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북-미 정상의 숙소가 각각 멜리아 호텔과 JW매리엇 호텔로 확정된 가운데 북-미는 이날까지 연속으로 나흘째 실무협상을 벌이며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도출하기 위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 위원장이 27, 28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오후 전용 열차를 타고 평양역을 출발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5일 베트남과 국경을 접한 중국 최남단 기차역인 핑샹(憑祥)역을 거쳐 26일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항공편 대신 4일간 열차 이동을 선택한 것이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3대에 걸쳐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열차 행군을 재현해 혈맹관계인 중국이 북한을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미는 의전·경호 협상을 통해 김 위원장의 숙소를 멜리아 호텔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를 JW매리엇 호텔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회담 당시 570m에 불과했던 두 정상 간 숙소 거리는 이번엔 7km가량에 이른다. 이날 고려항공 수송기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한 북한 경호부대 100여 명은 곧장 멜리아 호텔로 이동했다. 현지 소식통은 “북측 수송기에서 내린 짐들이 멜리아 호텔로 옮겨졌다”며 “김 위원장의 숙소는 22층, 경호원 숙소는 21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워싱턴을 출발해 26일 오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북-미는 이날도 실무협상을 이어갔다. 전날 두 차례 회동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이날 오후에도 2시간 반가량 회담을 가졌다. 외교소식통은 “실무협상단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합의 문구에 대한 본격 조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만 없앤다면 북한이 세계적 경제 강국이 될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나 사람들 때문에 북한은 빠른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제재 완화 의사가 있으니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라는 메시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검토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것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노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