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지야, 돌고래쇼 할래 말래?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21 1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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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노래 들려준 돌고래 친구들에게 박수 쳐 줄까요!”

2월 1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퍼시픽랜드 마린스테이지. 평일 오후지만 객석은 어린이와 부모들로 가득했다. 무대 앞 대형 스크린에 흐르는 음표들에 맞춰 수영장 속 돌고래 세 마리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자 화음처럼 들렸다. 돌고래 공연은 1, 2부로 약 10분간 이어졌다. 1부에서는 세 마리가 빙글빙글 돌며 물장구치다가 신호에 맞춰 다양한 자세로 유영하거나 높이 솟구쳤다. 2부에서는 조련사와 돌고래가 손을 맞잡고 한 편의 수중발레를 펼쳤다. 조련사가 돌고래 등에 타고 물살을 가르자 탄성이 쏟아졌다.



그런데 2부 공연에 한 마리는 빠졌다. ‘태지’(19·수컷·큰돌고래)다.



2월 19일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태지가 대기용 수조에서 쉬고 있다. 서귀포=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다음 달 말로 민간 수족관인 퍼시픽랜드 임시 위탁이 끝나는 태지가 어디로 가야 할지 여전히 논란이다. 태지를 퍼시픽랜드에 맡긴 서울대공원은 6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함께 이날 태지를 보러 왔다.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 건강은 어떤지 보기 위해서다. 본보 기자도 동행했다.


공연을 마치고 공연장 안쪽 내실 수조에서 쉬고 있는 태지는 쾌활해 보였다. 사육사가 다가가자 양쪽 가슴지느러미를 팔처럼 번갈아 내밀었다.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는 사람에게는 분기공(정수리의 비강·鼻腔 구멍)을 열어 물을 뿜는 장난을 쳤다.

퍼시픽랜드를 운영하는 퍼시픽마리나 고정학 대표는 “2018년 6월 막 와서는 일주일간 대변에서 소화시키지 못한 고등어 뼛가루가 나올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살이 오르는 등 컨디션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함께 살던 돌고래들이 바다로 방류돼 홀로 남게 되자 태지는 물 밖으로 나와 몸의 수분이 전부 말라 죽기를 기다리는 듯한 행동을 했다. 이처럼 심한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던 태지가 건강을 되찾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이후 열린 토론회에서 태지의 공연 출연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태지의 퍼시픽랜드 위탁 조건은 유영이나 점프 같은 간단한 공연은 괜찮지만 관객과 사진을 찍거나 조련사와 함께하는 공연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토론회에서 동물보호단체 측 참석자들은 “동물이 인간을 위한 쇼에 동원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유종성 위원장은 “10분씩 4회 공연을 포함해 준비시간까지 적어도 하루 2시간은 태지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며 “태지는 서울시민 세금으로 여기에 왔는데 상업용 공연에 동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관객의 환호성이나 박수소리가 태지에게는 거슬리는 소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무리로 살며 사회성 높은 돌고래가 혼자 남겨진다는 게 정서적 학대일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대공원 박창희 사육사는 “기본 행동인 소리 내기와 유영, 점프 등을 음악과 이야기에 접목시킨 것뿐이다.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김병엽 교수는 “공연도 일종의 운동인데 이를 줄이면 근력이 저하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고래연구센터 손호선 센터장은 소음 우려에 대해 “돌고래의 청각 주파수 영역에서는 스트레스 소음까지는 아닌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돌고래 공연이 과거의 쇼 형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물을위한행동 전채은 대표는 “재주를 보여준다는 형식보다는 해양생물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강화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퍼시픽랜드 측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태지의 향방이 결정될 때까지 38일 남았다.

서귀포=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