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마약수사 한창인데… 클릭 한번에 “물뽕 당일배송”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21 10: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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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뽕 구매.’

19일 본보 기자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렇게 입력하자 화면에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 수십 개가 떴다. ‘물뽕’ 판매상들의 SNS 아이디였다. 일명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류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은 최근 마약 투약 의혹 등으로 경찰이 수사 중인 클럽 ‘버닝썬’을 포함한 서울 시내 클럽들 안에서 투약과 거래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뽕 구매자로 가장한 기자가 판매업자 A 씨에게 ‘물뽕 구입을 원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자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답이 왔다. A 씨는 “물뽕 원액은 1병에 35만 원, 농도 40% 물뽕은 4회용 25만 원, 8회용 40만 원”이라고 했다. 물뽕 1병의 용량은 판매상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대개는 10mL였다.

버닝썬에서 시작된 클럽 내 마약 투약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서울 강남 클럽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이지만 온라인에서는 검색어 입력 한 번으로 물뽕 판매상과의 접촉이 가능했다. 구글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마약류 관련어를 검색해도 판매자의 SNS 아이디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온라인에서 5명의 판매업자에게 물뽕 구매 의사를 알리자 모두 30분 내에 답을 보내왔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연락을 준 업자도 있었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물뽕 사진을 버젓이 올려놓은 경우도 있었다. 첫 거래일 경우 2병을 사면 1병을 더 주는 속칭 ‘2+1’을 홍보하기도 했다. 판매업자들은 택배나 퀵서비스로 24시간 안에 물뽕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버닝썬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물뽕 매매에 대한 단속 강화를 우려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자 판매업자들은 하나같이 ‘걱정할 필요 없다’며 안심시켰다. A 씨는 “수년간 물뽕 판매를 해왔지만 한 번도 경찰에 적발된 적이 없다”고 했다. 판매업자 B 씨는 “버닝썬 사건이 터진 뒤로도 하루 200개가 넘는 물뽕을 배송하고 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10년 가까이 물뽕을 팔고 있다는 한 업자는 “유리병에 담아 보내는데 포장지 겉에는 ‘곡물류’라고 적어 보내니 안심해도 된다”고 알렸다.


물뽕 판매업자들은 물뽕 투약 후 나타나는 반응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물뽕을 사용하면 30분 후 여성 호르몬이 강력하게 분비돼 성관계를 원하게 한다’ ‘작은 자극으로도 남성이 하자는 대로 100% 따라온다’ ‘1시간만 자고 나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식이었다. 판매업자 C 씨는 “1회분인 3방울 정도만 넣으면 4, 5시간 동안 약물 효과가 계속된다”고 했다.

이처럼 온라인 검색 한 번으로 물뽕을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상황이지만 경찰은 검거가 쉽지 않다고 얘기한다. 거래가 온라인 일대일 대화 형식으로 암암리에 이뤄지다 보니 관련자의 직접적인 제보나 구체적인 증거 없이는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첩보 수집을 위해 관련자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경찰의 약점을 잡기 위해) 경찰이 마시는 음료에 물뽕을 타는 경우도 있다. 함정 수사도 나중에 문제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마약 수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