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글뱅글 피루엣 동작 따라하다 발레리노 됐어요”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3-01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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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동작을 요청하자 김기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힘차게 점프해 발을 모으고 팔을 위로 뻗었다. 원하는 동작이 나오지 않을 때는 먼저 “다시 해볼게요”라고 외치며 동작 하나하나에 열의를 보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발레는 잘 몰라도 제자리에서 한 발로 회전하는 ‘피루엣(Pirouette)’ 동작이 마냥 재미있었어요. 나중에는 동생과 겨루느라 발레 학원이 끝날 때까지 계속 뱅글뱅글 돌기만 하던 ‘팽이 소년’이었죠.”

입단 8년 만에 지난달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김기완(30)은 어린 시절부터 뱅글뱅글 돌기를 좋아해 ‘팽이 소년’으로 불렸다. 발레학원에 첫발을 들이던 순간을 떠올리며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처럼 자유롭고 막힘없는 몸짓, 정리되지 않은 동작을 보고 따라하며 희열을 느꼈다”며 “한 바퀴씩 돌던 동작이 두세 바퀴로 점점 늘어났고 손동작도 곁들이니 그게 곧 발레가 됐다”고 말했다. 발레에 빠져든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뒤 국립발레단에 입단했고 큰 키(188cm)와 다부진 체격을 자랑하는 무대 위 백조가 됐다.



수석무용수가 된 그는 본인만의 원칙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일 연습실에 도착하기 3시간 전부터 일어나 스트레칭과 맨몸 운동으로 몸을 푸는 ‘클래스’와 연습이 끝나고 하는 30분 마무리 운동에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는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휴식시간에는 스키부츠처럼 발목을 감싸는 ‘텐트슈즈’를 늘 착용한다. 하반신 보온을 위해 노점에서 구매한 수면바지 스타일의 포근한 하의도 입고 다닌다. 그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철저히 관리하려 애쓴다”며 “요즘 동료들이 ‘이 바지 어디서 샀느냐’며 부러워할 때 뿌듯하다”며 웃었다.




2018년 대구에서 열린 ‘스파르타쿠스’에서 스파르타쿠스 역을 맡은 김기완(왼쪽)과 동생 김기민이 공연 직후 함께한 모습. 형을 응원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한국을 찾은 김기민은 “형이 연기한 스파르타쿠스 역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제공
김기완을 얘기할 때면 동생 김기민(27)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함께 돌기를 겨루던 동생은 현재 러시아 마린스키무용단의 수석무용수로 활약하며 스타 무용수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겨울 법도 할 동생 얘기에도 그의 입가엔 ‘아빠 미소’가 번졌다. 그는 “공연이 없어도 자주 영상통화하며 안부를 묻고 지낸다”며 “저는 동생이 맡았던 배역, 동생은 제가 맡았던 배역을 탐낼 정도로 서로에게 ‘1호팬’ 같은 존재”라며 각별한 형제애를 나타냈다.

수석무용수로서 느끼는 변화를 묻자 그는 단연코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현재 무용수로서 정점에 서있는 행복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힘든 점도 있지만 누구보다 무대 위에서 책임감을 가져야겠죠. 이전에는 제 동작에만 집중했다면 이젠 동료와의 호흡은 물론 관객들이 제 춤에 공감했는지도 살피게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무대장악력을 배우려 마이클 잭슨, 퀸의 무대 영상도 찾아보고 있습니다.”

무용수가 천직인 그는 아직 무대를 떠난 이후의 모습을 그려본 적이 없다. 다만 누구보다 오랜 시간 무용수로 남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발레리노가 오랜 기간 무대에 남아있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아요. 1, 2년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마흔 살까지는 춤추며 살고 싶습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