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多인종-성소수자에 문 연 아카데미 “문제는 흥행인데…”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24 1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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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젠더, 인종, 플랫폼 등 다양성 요구에 부응한 모양새다. ‘블랙 팬서’, ‘보헤미안 랩소디’ 등 대중적인 영화에도 관대했다. ‘로마’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보헤미안…’, ‘로마’, ‘블랙 팬서’, ‘더 페이버릿…’, ‘그린북’.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넷플릭스·이십세기폭스코리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CGV아트하우스 제공
세계 최대 영화시장을 가진 미국은 달랐다. 유럽이 영화의 본질을 고민할 때, 미국은 흥행을 걱정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2월 24일(현지 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로 91회를 맞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처럼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영화를 심사 대상으로 인정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이 깊었던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와 달리, 아카데미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일찌감치 수용했다. 또한 아카데미는 인기 영화상을 신설하고 비인기 부문을 편집하기로 했다가 여론 반발로 철회하면서 상업성 논란을 자초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2018년 “넷플릭스 영화는 아카데미상이 아니라 에미상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넷플릭스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이미 2017년과 2018년 단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2018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넷플릭스 영화 ‘로마’는 작품상, 감독상 등 10개 부문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 멕시코 언어와 배우, 스태프로 제작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다. 외국어로 만들어진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1999년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20년 만이다. ‘로마’가 외국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년 전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백인 중심적)’ 운동 이후 여러 인종이 시상식의 주역이 된 점도 아카데미의 변화를 상징한다. ‘로마’의 얄리차 아파리시오는 멕시코계 원주민이고,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2008년 ‘다크 나이트’가 남우조연상(히스 레저)과 음향효과상에 그친 것에 비하면 아카데미의 철벽을 뚫은 셈. 2016년 “아카데미가 다양성을 상실했다”며 보이콧을 선언한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의 ‘블랙클랜스맨’도 올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성소수자에게도 관대했다. ‘그린북’의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바이스’의 메리 체니(알리슨 필),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의 앤(올리비아 콜먼) 등 작품상 후보 중 절반에 동성애 코드가 담겨 있다.

남우주연상은 1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보다 미국 46대 부통령 딕 체니를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이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살을 찌우고 백발노인으로 분장한 베일은 2018년 윈스턴 처칠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다키스트 아워’의 게리 올드먼을 떠오르게 만든다.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인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는 이번이 7번째 오스카 도전이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촬영, 편집, 분장, 단편 등 4개 부문 시상 장면 대신 광고를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2월 15일(현지 시간) 철회했다. 감독상 후보에 오른 스파이크 리,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비롯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브래드 피트 등 영화인들의 반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무리수는 2018년 ABC방송으로 생중계된 시상식이 역대 최저 시청률인 18.9%(닐슨)를 기록하면서 흥행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탓이다. 2018년 8월에는 ‘인기 영화상’을 신설한다고 했다가 없던 일이 됐다.

코미디언 케빈 하트가 성소수자 비하 발언으로 하차하면서 이번 시상식은 30년 만에 사회자 없이 시상자들의 공동 사회로 진행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