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에게도 평범한 청년의 삶 있었죠”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23 12: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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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 학생들이 조선어 수업이 폐강된다는 소식을 듣고 외솔 최현배 선생이 일제에 끌려가자 분노하는 장면. 서울예술단 제공
“대본의 대사와 숨결을 따라 역사 속 한 장면을 상상하면서 곡을 씁니다. 작가의 의도와 맞는 곡이 나올 때 제일 뿌듯하죠.”(오상준)

“때론 극에 사용할 곡을 먼저 받아 들으며 영감을 받아요. 대본과 가사 내용을 붙이고, 최종적으로 제가 상상한 노래와 똑같은 곡이 나올 땐 정말 소름이 돋는답니다.”(한아름)



개막을 앞둔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3월 5∼17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영웅’(3월 9일∼4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비롯해 2015년 ‘뿌리 깊은 나무’까지 함께 호흡을 맞춘 한아름 작가(42)와 오상준 작곡가(51)는 자타 공인 뮤지컬계 ‘역덕’(역사극 덕후) 콤비다.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역사 뮤지컬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2월 14일 만난 이들은 “오늘이 ‘밸런타인데이’보다는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날로 기억되면 좋겠다”며 역사 이야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상준 작곡가(왼쪽)와 한아름 작가는 “역사 공부를 하다 보면 뮤지컬로 소개하고 싶은 인물이 많아 마음 같아서는 100명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두 사람이 처음 호흡을 맞춘 건 약 10년 전. 역사를 좋아했던 한 작가와 역사에 큰 관심이 없던 오 작곡가가 뭉쳤다. 한 작가는 “선조들이 하늘에서 술 한잔 하며 ‘후손들이 내 이야기로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다’며 껄껄 웃는 상상을 하면 고된 작업을 하다가도 힘이 난다”고 했다. 오 작곡가는 “많은 이들이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것에 충격을 받아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에겐 어느덧 역사적 소명의식도 생겼다. 하지만 역사극이 보람차고 재미있기만 한 건 아니다. 한 작가는 “역사가 소재가 되면 늘 해석과 평가가 따르기에 어떤 짓눌림을 느낀다. 위인전 형태의 보편적 작품만을 만들 순 없어 끊임없이 새로운 사실을 찾는다”고 했다. 오 작곡가는 “곡이 잘 나오려면 실존 인물의 삶에 깊게 빠져들어야 한다”며 “아픈 역사를 생각하며 자주 울다 보면 작품이 끝난 뒤 그 인물에서 빠져나오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때론 저희도 발랄한 디즈니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역사를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두 사람은 공감을 극대화하려고 애쓴다. 역사를 가르치기보다는 인물에 몰입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작품 곳곳에 넣는다. 한 작가는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는 윤동주가 여느 청년들처럼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다양하게 그렸다”며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청춘이 지닌 밝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오 작곡가는 “어두운 장면에서도 단조 선율보다는 밝은 에너지를 주는 장조 선율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공연을 앞둔 소회도 남달랐다. 한 작가는 “단순히 시점에 맞춰 공연을 올리는 게 아니라 후손들에게 교과서보다 절절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우리 역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 작곡가는 “이 시대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은 것만으로도 행복한 예술가”라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