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아기 다시 찾은 줄 알고 40년 키웠는데…진실은

최현정 기자
최현정 기자2019-02-18 16: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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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관련 없는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한 남자가 출생 직후 어머니 품에서 납치 됐다가 2년 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평생 동안 가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미국인 폴 프롱차크(Paul Fronczak) 씨의 놀라운 이야기가 2월 17일(현지시간) 영국 미러에 소개됐습니다.

이야기는 폴 프롱자크 씨의 어머니 도라 프롱자크 씨가 미국 시카고의 마이클 리스 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다음날인 1964년 4월 27일에 시작됩니다.



하루 종일 아기를 돌보느라 지친 어머니는 밤늦게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간호사로 분장한 여성이 도라 씨의 방으로 들어와 아기 폴을 의사에게 데려가겠다고 합니다. 아기를 안고 나간 그녀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신생아 유괴였습니다.

폴 프롱차크 씨. 출처=영국 미러
병원 직원들의 신고에 시카고 역사상 가장 큰 수색대가 꾸려졌습니다. 17만5000명이 넘는 우체국 직원, 경찰 200명, 그리고 FBI 요원들이 시내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600여 채의 인근 주택도 수색 대상에 올랐습니다. 도라 씨와 남편 체스터 씨는 충격으로 혼절해 일주일 동안 병원에 있었습니다.

프롱자크 부부는 집으로 돌아왔고, 시간은 흘렀고 FBI는 조용히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했습니다.


2년 후, 실종 아기 폴과 비슷한 외모의 소년이 뉴저지 뉴어크 쇼핑센터에서 발견됐습니다. 폴의 혈액형, 발자국, 지문에 대한 기록이 없음에도 FBI는 이 아이를 폴이라고 단정했고, 프롱자크 부부에게 인도됐습니다. 처음 도라 씨는 그 아이가 자기 아들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했지만 이내 아들로 받아들여 입양 절차를 밟았습니다.  

1964년 4월 미국 시카고 병원에서 아기(폴 프롱차크 씨)가 실종됐다는 소식은 각 언론에 대서특필 됐다. 출처=시카고 트리뷴
열 살 때, 폴 씨는 지하실에서 선물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는 거기서 납치 당시 신문 스크랩과 위로 편지가 가득 찬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납치 뉴스를 처음 알게 된 폴 씨는 어머니에게 물어보기 위해 열심히 위층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폴 씨는 “어머니는 내게 내가 납치됐었고, 다시 찾았고, 그들이 날 사랑했으며 나는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20대에 접어든 후, 무언가 잘못됐다는 의심이 커졌습니다. 가톨릭 집안, 엄격한 복장 규정이 있는 이 집안에서 그는 혼자 튀었습니다. 동생 데이브와 달리 가족과 닮지도 않았고, 동생과 관심사도 전혀 달랐습니다.

머리 긴 폴 씨. 
폴 씨는 “나는 록 음악과 오토바이를 좋아했고, 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었다. 그와 완전히 정반대였다”라고 회상했습니다.


폴 씨의 록 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기 위해 애리조나로 떠났고, 군에 입대했다가 제대했고, 세일즈맨이 되기도 했고, 모델과 배우로도 활동했습니다. 50번 이사하고, 200개의 직업을 거친 그는 나중에 교사 미셸과 결혼한 후 자리를 잡았습니다.

딸을 낳아 키우던 중 어느 날, 병원에서 가족 질병 이력을 물어보는데 그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고 합니다. 그는 ”나이 들면서 내 머릿속 질문들은 더 많아졌다. 나는 내가 엄마 아빠의 아들인지 질문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폴 씨와 그의 딸. 출처=foundlingpaul.com
결국 그는 DNA 테스트를 받았고, 부모인 도라와 체스터 씨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친부모 자식 간이 아니었습니다.

폴 씨는 진짜 부모님을 찾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신문들은 다시 그의 이야기를 크게 보도했고, 분노한 도라와 체스터 씨 부부는 아들과 1년 동안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DNA 계보학자인 미셸 태슬러라는 자원봉사팀의 도움으로 2015년 폴 씨의 진짜 가족이 추적됐습니다.

폴 씨의 진짜 이름은 잭 로젠탈(Jack Rosenthal)이었고, 그가 알던 것보다 6개월 나이가 더 많았습니다. 우연의 일치로 그는 어머니 도라 씨와 생일이 같았습니다.

그의 친가인 로젠탈 집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지만, 어린 시절 폴 씨와 두 누나, 남동생, 그리고 쌍둥이 여동생 질은 방치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친 어머니 마리 씨는 술주정뱅이였고, 아버지 길버트 씨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분노조절장애가 생겼습니다. 쌍둥이 여동생 질은 어딘가로 증발했습니다.

폴 씨는 “비극적인 일이 질에게도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한 쌍둥이만 있으면 설명할 수 없기에 저를 없애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라고 BBC에 말했습니다.

이제 폴은 남은 생애를 키워준 부모님의 진짜 아들과 친 여동생 질을 찾는데 바치고 있습니다.

그는 “키워준 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들이었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납치 된 아이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언론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폴 씨의 아버지 체스터 씨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도라 씨는 82세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폴 씨의 딸 엠마는 현재 9살입니다. 딸은 때로는 “잭 씨 전화 맞죠?”라고 전화하며 장난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이름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폴을 찾을 때까지 폴로 머물러야 한다. 폴을 찾으면 나는 그에게 출생증명서를 줄 것이다. 그 후 내 것을 주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미러에 따르면, 그의 놀라운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는 현재 ‘업둥이 폴(Foundling Paul)’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