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통합” vs 오세훈 “탈박” vs 김진태 “친박”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16 09: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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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상의 벗고… 카우보이 모자 쓰고…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충청·호남권 첫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왼쪽부터)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붉은 목도리, 오 전 시장은 푸른 셔츠, 김 의원은 갈색 카우보이 모자 차림으로 지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저에게는 챙겨야 할 사람도, 계파도 없다.”(황교안 전 국무총리·이하 기호순)

“내년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화두가 되면 필패다.”(오세훈 전 서울시장)



“촛불에 놀라 다 도망갈 때 당을 지킨 사람이 누군가.”(김진태 의원)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레이스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첫 공식 연설에 나선 당 대표 후보 3인은 각각 ‘통합’ ‘탈박(탈박근혜)’ ‘친박(친박근혜)’을 키워드로 내세워 자신이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정치 신인’으로 당 공식 연설에 처음 나선 황 전 총리는 “자유 우파가 한국당 빅텐트 안에 똘똘 뭉쳐야 한다”며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친박, 배박(배신한 친박) 논란을 의식한 듯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일절 꺼내지 않았다. 황 전 총리는 “총선에서 반드시 압승해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는 일은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당직 인선부터, 탕평과 공정의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겠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두 후보를 ‘강성 보수’로 분류하고 이들이 총선 간판이 될 경우 ‘수도권 필패론’을 거듭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두 분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과거가 떠오르면 총선은 필패”라고 말했다. 이어 “충청 27석, 영남 65석인데, 수도권은 122석이나 된다. 수도권, 중부권에서는 정치 싸움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이 “박 전 대통령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외칠 때에는 객석에서 야유와 욕설도 들려왔다.

김 의원은 극우세력 표심을 자극하며 자신이 ‘태극기 애국세력’의 적자(嫡子)임을 노골적으로 강조했다. 김 의원은 “애국세력과 당이 힘을 모아 어깨동무하고 문재인 정권과 싸우자”고 말했다. 이날 당 윤리위원회에서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에 대한 징계 유보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대 날까지 징계가 보류됐을 뿐이다. 당 대표가 못 되면 당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심장이 쫄깃해도 김진태 없는 당은 재미없지 않으냐”고도 했다.

당 대표와는 별도로 선출하는 최고위원에 논란 끝에 출마한 김순례 의원은 연설에서 “겸손하고 절제된 용어로 보수 여전사가 되겠다”고 했지만 역시 사과는 없었다. 김 의원은 윤리위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을 피해 몸싸움을 하며 행사장을 급하게 빠져나갔다.

장내 응원전은 극우 성향 지지자 수백 명을 등에 업은 김 의원이 압도적이었다. 이들은 ‘전투력 강한 김진태’ 등의 피켓을 들고 연설장 입구에서부터 ‘김진태’를 연호했다. 황 전 총리 지지자들은 황 전 총리가 행사 후 자리를 뜰 때까지 ‘황 대표’를 연호하며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오 전 시장의 지지자들은 ‘여당이 두려워하는 오세훈’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이름을 연호했다.

최고위원 후보자들의 돌발 발언도 눈에 띄었다.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는 정견발표에서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은 김 의원과 당을 나가라. 여러분은 당을 살리는 게 아니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시키러 나왔다. 쓰레기 같은 북한 공산괴뢰 정권을 뒤집어엎자”고 주장했다.
대전=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