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막노동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입니다”

김가영 기자
김가영 기자2019-02-14 2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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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라고 소개한 임희정 씨의 글이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임 씨는 카카오 브런치에 건설 노동자 아버지를 부끄럽게 생각했던 지난날을 참회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아버지에 대해 “1948년생 아빠는 집안 형편 때문에 국민학교도 채 다니지 못했다”면서 “50년 넘게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계시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국민학교를 겨우 졸업했고 50년 넘게 삼시 세끼 밥을 짓고 청소와 빨래를 하는 가사 노동을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10년 차 아나운서이고 방송, 글쓰기, 강의 등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역 MBC에서 아나운서로 근무했으며 지금은 프리랜서로 라디오DJ를 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경인방송 홈페이지 캡처
그는 자신의 직업 때문에 주변에서 ‘번듯한 집안에서 부모의 지원을 잘 받은 아이’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임 씨는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냐 물어보면 ‘건설 쪽 일을 하시는데요’ 운을 떼자마자 아버지는 건설사 대표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본인도 부모님을 부끄러워하고 숨기며 살아왔으며 지금은 그 모습을 너무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부모님은 가난과 무지를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대단한 일도 아니고 막노동이 변변치 않은 직업도 절대 아님을 너무나 늦게 깨달았다”고 밝혔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동아일보DB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에는 ‘형편에 맞지 않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방송PD인 아버지를 따라 아나운서를 꿈 꾸는 친구, 의사 부모를 둔 친구, 부모님 지원으로 고가의 정장과 샵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 친구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개천에서 용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 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공사장으로 향하는 아버지, 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돈을 아끼고 쌀을 씻었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매 순간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번듯한 자식이 되어 부모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임 씨의 고백에 많은 누리꾼들이 응원했습니다. 관련 게시글에는 “용기 있게 나서는 모습 감동받았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임희정 아나운서님”, “아나운서 자격이 충분하네요. 정직함”, “어려운 글을 쓰셨네요”, “비슷한 처지의 사람으로서 참 공감하고 또 힘을 얻고 갑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