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임용전에… 유치원 교사 ‘울며겨자먹기’ 무급 출근, 무슨일?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14 09: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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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GettyImagesBank
1월 초 지방의 한 사립유치원에 신입 교사로 채용된 A 씨(22·여)의 정식 출근일은 2월 1일이다. 하지만 A 씨는 이미 1월 초부터 출근하기 시작해 한 달 보름 가까이 일하고 있다. 오전 8시 반에 출근해 오후 6시 반까지 일한다. 그런데 A 씨가 두 달 일하고 이달 말 받게 될 돈은 교통비 50만 원이 전부다. 사실상 무급인 셈이다. 올해 최저시급(8350원)을 기준으로 하면 A 씨는 두 달 치 급여로 300만 원 가까이를 받아야 한다. A 씨는 “출근 3일째 되던 날 원장이 ‘3월 1일 전까지는 교통비만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A 씨는 따지지 못했다. 원장이 채용을 취소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유치원 신입 교사들의 정식 임용일은 대개 3월 1일이다. 하지만 A 씨처럼 임용 한두 달 전부터 사실상 무급으로 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유치원 원장들이 업무 인수인계와 빠른 적응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무급 출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2018년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에 채용된 B 씨(25·여)도 당시 정식 임용되기 전에 졸업식과 신학기 준비 업무를 하면서 한 달 넘게 일했다. B 씨 역시 교통비만 받았다. B 씨는 “신입 교사이다 보니 적응 기간이 필요한 건 맞지만 받는 돈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앞으로 계속 출근해야 할 직장이라 돈 얘기를 꺼내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공립 어린이집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3월 1일 광역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 정식 채용될 예정인 C 씨는 2월 18일부터 출근해야 한다. 원장은 1월 초 C 씨에게 합격을 통보하면서 ‘교육 차원의 출근이기 때문에 당연히 무급’이라고 했다고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들은 신입 교사들의 빠른 업무 적응을 위해 ‘임용 전 출근’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입 교사들이 ‘임용 전 무급 출근’ 요구를 거부하기는 힘들다. 원장들이 ‘무급 출근’을 거부한 교사 명단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공유한다는 소문 때문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무급 출근에 대해 “임금 체불, 최저임금법 위반,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 교원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이다. 신입 교사라도 근로를 했다면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들의 취업난이 무급 출근 관행을 없애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유치원 교사 자격증 취득자는 한 해 1만 명이 넘는다. 전국 사립·공립 유치원 교사 수가 4만5255명(2018년 4월 기준)임을 감안하면 전체 유치원 교사의 4분의 1에 가까운 예비 교사들이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강동웅 leper@donga.com·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