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궈, 紅湯서 피어난 매캐하고 알싸한 향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16 17: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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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인량훠궈의 ‘원앙 훠궈’. 매운 홍탕과 뽀얀 백탕을 태극무늬로 갈라 한 냄비에 반반씩 내준다.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마치 그것은 망자가 죽은 후 49일간 7번의 심판을 받을 때 두 번째로 간다는 화탕지옥(火湯地獄)과 흡사한 모습이다. 점차 뜨겁게 달궈지며 화염에 휩싸인 듯 붉은 일렁임이 거세게 끓기 시작하면 매캐하고 알싸한 향이 코를 찌른다. 그 속에 빠지는 순간, 열기에 금세 쪼그라들며 화기로 붉게 타오를 듯하다. 하지만 강하고 자극적인 향에 점점 턱과 혀 사이에 침이 고이며 쥐고 있던 젓가락은 어느새 홍탕(紅湯)으로 뛰어들기 시작한다.

마라훠궈(麻辣火鍋). 이열치화(以熱治火)로 덥고 습한 더위를 다스리는 쓰촨지방의 요리다. 오래전 내륙의 몽골지방에서 양고기를 얇게 썰어 뜨거운 물에 데쳐 먹던 관습이 후에 소와 돼지의 내장에 소금과 화자오(花椒)를 뿌려 익히는 조리법과 합쳐져 쓰촨지방에서 뿌리내렸다는 설이 있다. 쓰촨지방은 고온다습한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 고추와 향신료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요리가 발달했다. 이 지역 요리 이름에 많이 붙는 수식어 마라(麻辣)의 ‘랄(辣)’은 매운 고추를, ‘마(麻)’는 중국 산초의 일종인 화자오를 말한다. 완숙한 열매의 껍질이 갈라져 터지고 나면 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름에 꽃 ‘화(花)’를 붙였다고 전한다. 씹었을 때 독특한 매운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한번 맛 들이면 중독성이 강하다. 화자오 없는 쓰촨 요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훠궈는 그야말로 화(花)로 화(火)를 다스리는 요리다. 소화계 질환을 앓는 이들이 많은 지역에는 훠궈식당이 특히 성업 중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니 훠궈의 매운맛은 국가대표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독성은 쓰촨지역을 넘어 대륙 전체에 퍼져나갔다. 청나라 건륭제 때 왕실 요리인 만한전석에 소개됐고 이후 중국을 대표하는 요리로 자리 잡았다. 다볜루(打T爐·홍콩), 스팀보트(말레이시아)도 모두 훠궈의 다른 이름이며 대만, 싱가포르, 마카오까지 중국인들이 자리 잡은 곳엔 어디서든 훠궈를 즐길 수 있다.

훠궈가 널리 퍼지면서 매운맛을 꺼리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 위안양(鴛鴦)훠궈다. 뼈와 고기로 우려낸 뽀얀 백탕(白湯)과 매운 홍탕을 태극무늬로 갈라 한 냄비에 반반씩 조합해준다. 최근엔 토마토를 베이스로 한 산뜻한 토마토탕, 구수하면서도 깔끔하게 우려낸 버섯탕, 지역색을 더한 윈난 반위탕(가물치탕)까지 생겨났다. 기호에 따라 탕의 종류와 매운 정도를 선택하고 채소, 해산물, 육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재료를 익혀 먹을 수 있으니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기에 그만이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하이디라오 명동점 서울 중구 남대문로 78. 쇠고기 세트 2만9000원.


○ 인량훠궈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40길 9. 가물치, 토마토, 매운 홍탕 세 가지 탕 1만6000원, 기타 재료비 별도.

○ 불이아 홍대점 서울 마포구 동교로 182-6. 정식 2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