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죽인 펠로시의 기립박수…‘몸짓의 정치학’ SNS 패러디 쏟아져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08 1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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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아래)이 2월 5일 국정연설중에 “복수의 정치를 끝내자”고 말하자 묘한 웃음을 날리며 독특한 포즈로 박수를 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 워싱턴=AP 뉴시스
묘한 웃음과 함께 두 팔을 내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박수. 2019년 국정연설에서 ‘몸짓의 정치학’을 보여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짧은 박수 한 번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각종 패러디를 낳으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2월 5일 하원 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중간에 기립박수를 쳤다. 상원의원들이 잇달아 박수와 연호로 화답할 때에도 냉소적인 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눈을 내리깔고 서류를 쳐다보기만 하던 펠로시 의장이 일어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복수의 정치’를 언급한 시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복수의 정치’와 저항, 응징을 끝내고 타협과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민주당을 겨냥해 발언했을 때 오히려 적극적으로 화답한 셈이다.



펠로시 의장의 표정과 박수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격려와 꾸중의 메시지를 섞어 보내는 부모를 떠올리게 했다. 워싱턴포스트(WP), 폴리티코 등은 “펠로시 의장이 이런 제스처로 기존의 어떤 발언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기죽였다”고 평가했다.

SNS에서는 펠로시 의장이 박수 치는 모습을 잘못을 저지르고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 옆에 붙이거나, 상대방의 실수를 힐난하는 영화배우의 표정과 비교하는 패러디가 쏟아졌다.

펠로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환영한다는 의미였을 뿐 냉소는 아니었다”고 받아넘겼다. 그러면서 “국정연설의 내용을 팩트 체크하는 데 며칠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셧다운을 일단락시킨 임시예산안 시한(2월 15일)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의 신경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미 언론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로 ‘만약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우리는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를 꼽았다. CNN은 이 문구를 제목으로 뽑았고, WP는 팩트 체크 기사에서 “전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허풍”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가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조롱하며 대북 군사공격 옵션을 공공연히 제기했던 초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