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응급실 찾느라 직접 전화 30통 돌린 응급센터장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08 09:27:31
공유하기 닫기
2월 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응급환자 전용 헬기 도입, 권역외상센터 설립 등을 주도한 윤 센터장은 2월 4일 병원 집무실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채 발견됐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달(1월) 초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재난응급의료상황실에서 당직 근무를 하던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51)은 부산의 한 병원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70대 여성 환자가 괴사성 근막염으로 쇼크에 빠졌는데 응급실에 빈자리가 없어 치료할 수 없다는 전화였다. 윤 센터장이 부산과 경남, 수도권에 이르기까지 30곳이 넘는 응급실에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우리도 빈자리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2시간여 만에 부산의 응급실에 자리가 생겨 환자를 옮겼지만 상태가 심하게 나빠진 후였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윤 센터장의 희생 뒤에는 이처럼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서 환자가 복도에 방치되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轉院)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응급의료 현실이 있었다. 환자가 처음 도착한 응급실이 치료를 마치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옮긴 사례는 2016년 1365건에서 2018년 5188건으로 2년 만에 3.8배로 급증했다. 윤 센터장이 설 연휴가 시작된 2월 1일 저녁에도 귀가하지 않고 국립중앙의료원에 남았던 이유도 전국 응급실 532곳의 전원 요청을 조정하는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이 원활하게 운영되는지 확인하고 책임지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4일 그가 숨진 채 발견된 책상 위엔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안이 담긴 자료 등이 놓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매달리느라 지난달 말 5년여 만에 처음으로 가려 했던 가족여행도 취소했다. 윤 센터장의 부인은 이날 “남편은 평소 집에 못 들어오는 때가 많았지만 불평 한번 안 했던 분이었다”고 심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윤 센터장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해 달라고 보건복지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경찰은 “심장동맥 경화로 인한 급성 심장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가 나왔다고 이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