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때문에 왕따… ‘11세 트럼프’ 특별초청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07 10:39:07
공유하기 닫기
2월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국정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여성 의원 수가 가장 많다”고 하자 흰옷을 입은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왼쪽 사진). 국정연설 시작 전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델라웨어주에 사는 11세 소년 조슈아 트럼프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과 성이 같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 초등학교를 그만뒀다(오른쪽 사진). 워싱턴=AP 뉴시스
2월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하원 회의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앞서 홀로 입장한 멜라니아 여사가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 사람은 11세 소년 조슈아 트럼프였다.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사는 조슈아는 이날 백악관이 초청한 13명의 ‘특별 손님’ 중 한 명. 그는 약 82분의 국정연설이 지루했는지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아무 관계가 없는 조슈아는 ‘트럼프’라는 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2년 전 초등학교에서 심한 ‘왕따’를 당해 학교를 그만뒀다. 홈스쿨링을 한 1년 뒤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2018년 12월 페이스북에 아들의 사연을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미 언론은 멜라니아 여사가 자신의 왕따 반대 캠페인 ‘비 베스트(Be Best)’를 홍보하기 위해 조슈아를 초청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매년 대통령 국정연설에 백악관, 상·하원 의원 등이 초청하는 일반 시민은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일종의 장치로 사용된다.

이날 중국에서 투옥된 대만 인권운동가 리밍저(李明哲)의 아내 리징위(李淨瑜)도 연설을 참관했다고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리밍저는 2017년 3월 마카오에서 체포돼 같은 해 9월 ‘국가 전복’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미 역사상 최장기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사태를 간신히 진정시킨 민주당 의원들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일제히 흰옷을 입었다. 흰색은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 집단을 뜻하는 ‘서프러제트’의 상징색. 이들은 여성 연대와 여성 인권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겠다는 의미로 흰색을 택했다. 민주당 남성 의원들도 상의에 흰색 리본을 달아 연대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새로 창출된 일자리의 58%를 여성이 채웠다”며 여성 사회 진출 증가를 언급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환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큰 규모로 조직된 중남미 이민자(캐러밴)들이 미국으로 행진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야유를 보냈다. 뉴욕타임스(NYT)는 “1월 말에 조직된 캐러밴의 상당수는 멕시코에 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빨간 넥타이가 왼쪽으로 비뚤어진 채 연설을 시작해 소셜미디어에서 놀림을 받았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그의 임기처럼 오늘 밤 트럼프 대통령의 넥타이도 비뚤어졌다(crooked)”고 지적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