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는 이 그릇, 바로 살게요”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05 12: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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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호텔, 아웃렛 등을 중심으로 매장에서 고객이 직접 사용해본 후 제품을 살 수 있게 한 체험형 매장이 늘고 있다. 식사 때 사용한 식기를 구입할 수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자주테이블. 신세계백화점 제공
지난달 30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9층에 있는 퓨전 레스토랑 자주테이블. 메뉴판에는 ‘이딸라 부라타 치즈 샐러드’ ‘이도 떡볶이’같이 음식 이름 앞에 식기 브랜드 이름이 같이 써 있다. 세트 메뉴도 ‘이도 세트’ ‘웨지우드 세트’같이 식기 브랜드명이 붙어 있다. 주문 후 나온 음식들은 메뉴판에 적힌 식기에 담겨 나왔다. 질 좋은 그릇을 사용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홍보전략처럼 보이지만 그 이상이다. 고객이 원하면 식사할 때 써 봤던 것과 같은 식기를 그 자리에서 구입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9층은 생활관으로 각종 키친웨어를 모아 놓은 곳이다. 전문식당관은 11층인데 자주테이블만 키친웨어가 있는 9층에 따로 배치했다. 자주테이블을 운영하는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식기 구입을 원하는 손님들은 같은 층에 있는 해당 식기 매장으로 안내해 드린다”면서 “음식이 담긴 그릇을 직접 보고 사용도 해보고 구매를 결정한 것이어서 매장에서 눈으로만 보고 산 고객들보다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침구류와 탁자 등을 살 수 있는 서울 더플라자호텔 객실. 서울 더플라자호텔 제공
최근 레스토랑, 호텔 등을 중심으로 매장에서 고객이 직접 사용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이른바 ‘경험 소비’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선 고객이 원하면 객실에서 사용한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베개, 이불, 목욕가운 등은 물론이고 객실에 있는 테이블도 구입이 가능하다. 호텔 내 일식당에서 제공하는 자작나무 젓가락도 현장에서 바로 살 수 있다. 제주도에 있는 해비치호텔도 2월부터 객실 욕실에 비치된 샴푸, 로션 등 PB(자체 제작)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해비치호텔 관계자는 “객실에서 사용했던 제품들을 집에서도 쓰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구가 많아 판매하게 됐다”면서 “고객 반응에 따라 판매 상품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8년 말 개장한 롯데프리미엄아웃렛 기흥점 서핑용품 매장에는 실제 서핑을 할 수 있는 실내 서핑장이 있다. 매장 면적 463.4m²(약 140평) 규모로 매장에 실내 서핑장을 운영하는 건 롯데가 처음이다. 인근 골프용품 판매점에는 300인치 와이드 스크린의 ‘스크린 골프룸’이 설치돼 있다. ‘경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합리적 소비 행태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혜경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구매 전 꼼꼼하게 따지는 합리적 소비 행태가 늘고 있는 만큼 유통업계에서 소비자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트렌드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 경험 후 구매’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늘면서 관련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자주테이블 입점 이후 같은 층 식기 매장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호텔에서 직접 경험한 편안함을 집에서도 느끼고 싶어하는 고객이 늘면서 관련 상품 매출이 매년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