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시대 앞두고 아이돌 음악계-이통사 물밑협업 뜨겁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1-31 10: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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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와 SK텔레콤이 합작해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9’에서 펼친 ‘댄싱 VR(가상현실)’ 시연 모습. 5세대(5G) 이동통신의 고화질 실시간 전송 기술이 문화계에 증강현실, 가상현실, 홀로그램 콘텐츠 붐을 일으키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5세대(5G) 이동통신의 대중화에 아이돌이 적잖은 역할을 할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 대외비라….”(A이동통신사 관계자)

3월,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앞둔 한국에서 케이팝과 이동통신, 게임사업자 간 물밑 작업이 뜨겁다. 2011년 4G 상용화 이후 몇 년간 세계는 놀랍도록 바뀌었다. 유튜브, 넷플릭스, 차량공유 기업들이 TV와 택시를 대체하며 업계 공룡으로 자리매김했다. 음악과 문화 산업은 어떻게 바뀔까.





○ 5G 초기 시장 폭발, 아이돌로 노린다

이르면 1분기(1∼3월) 중 세계 시장에 출시될 넷마블의 ‘BTS 월드’는 방탄소년단(BTS)이 개발에 직접 참여해 만든 게임이다. 멤버들이 애니메이션화된 캐릭터가 아닌 실사 화면으로 게임에 나타난다. 시각적으로는 TV 드라마에 가깝지만 게임의 1인칭 요소가 접목된 셈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플레이어가 매니저가 돼 방탄소년단을 키워 나가는 육성 게임 형태”라고 말했다.


실사 영상을 게임에 넣어 쌍방향화하는 데는 5G 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화질·고밀도 콘텐츠에 상응하는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 속도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5G는 초당 20GB(기가바이트)로, 데이트 전송 속도가 4G의 20배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콘텐츠까지 초고화질로 실시간 전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연 입장권 예매에 실패해 낙담한 팬의 방문을 열고 아이돌 가수가 들어서는 이동통신 광고의 장면은 이런 새로운 콘텐츠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최근 엑소, 레드벨벳을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는 SK텔레콤과 손잡고 케이팝과 5G, AR, VR를 결합한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시대를 표방했다. 첫 단계로 케이팝 스타와 함께 춤과 노래를 즐기는 체험을 제공하는 노래방 앱 ‘에브리싱 VR’와 ‘댄싱 VR’를 발표했다.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여러 이동통신사, 음원서비스 업체와 아이돌 VR 콘텐츠 제작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케이팝과 문화 콘텐츠는 아직 낯선 5G의 위력을 과시하기 딱 좋은 소재다. 새 단말기와 요금제 판촉에도 도움이 된다. 차우진 문화평론가는 “최근 15초 동영상 앱 ‘틱톡’이 10대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고, 넷플릭스의 주 시청층이 30, 40대로 형성된 이면에는 데이터요금 문제가 있다”며 “5G 상용화 이후 요금과 속도가 재조정되는 과정에 아이돌 콘텐츠까지 나오면 젊은 세대의 동영상 소비 패턴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문화 콘텐츠 판도 바꿀까


2018년 8월 서울 용산구의 한 공연장에서 그룹 ‘스윗소로우’가 가수 고 유재하의 홀로그램(왼쪽)과 함께 노래하는 모습. KT 제공
KT는 가수 유재하(1962∼1987)의 홀로그램을 제작해 2018년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선보였다. KT 관계자는 “5G의 고용량 고속전송 능력이 만날 수 없는 가수의 홀로그램과 VR에 관한 콘텐츠 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KT는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7일 열린 아이돌그룹 ‘워너원’의 마지막 콘서트 실황을 5G 장비를 활용해 생중계했다. 고화질(HD)보다 선명한 4K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 2만5000여 명이 접속했다. 가수 입장에서도 공연을 유료 생중계로 전 세계에 내보내면 좌석이 한정된 입장권 수익보다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샴페인을 준비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2015년 대기업들이 야심 차게 뛰어든 아이돌 VR 서비스는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의 김홍기 대표는 “기술 발달에도 팬들은 아이돌의 동선을 카메라 들고 쫓아다니며 스스로 콘텐츠를 제작한다”며 “공급자가 설계한 기술이 소비자의 섬세한 니즈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