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기차 1만대 넘었는데… “충전소 찾아 삼만리”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2-05 13:00:01
공유하기 닫기
서울시청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구역
서울시 기후대기과는 최근 총무과에 서울시청 본관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구역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을 충전 목적이 아닌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니 충전 목적 이외 주차 금지, 충전 완료 즉시 이동, 관용차량은 가급적 근무시간 뒤 충전 등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1월 29일 “한 달에 한두 번씩 전기차 충전구역 관련 민원이 접수된다”며 “주말에 이용객들이 충전을 끝낸 뒤에도 그대로 주차해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청 본관 지하주차장은 전기차 운전자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이 6자리 있는 데다 주말에는 주차와 충전요금이 무료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찾거나 나들이에 나선 전기차 소유주에게 알짜 주차장으로 꼽힌다.



문제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전기차 동호회 커뮤니티에는 서울시청 주차장과 관련해 ‘충전을 마쳤으면 바로 차량을 빼자’ ‘충전하는 차에 연락처를 남기고 너무 멀리 가 있지 말자’ ‘충전을 마치고 차를 뺄 때는 일반 차량이 대지 않도록 출입금지용 교통원뿔을 정위치 시키자’ 등의 이용법과 개선 방안을 자체 공유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전기차 보급 수준만큼 충전기 공급이 뒤따르지 않아서다.

서울시는 2017년 9월 전기차 시대를 선언하고 전기차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만 18세 이상 개인이나 서울에 사업장이 있는 법인 기업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에서 전기차를 구입할 때 정부보조금을 합쳐 최대 1700만 원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8년 12월부터 전기차로 출퇴근하며 ‘전기차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8만 대, 2025년 10만 대를 보급하는 계획을 이행 중이다. 2018년 말 기준 서울시가 보조금을 지급한 전기차는 총 1만1428대이니 앞으로 4년간 약 8배 규모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족한 인프라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2018년 말 기준 서울시 공공 충전기는 721기. 전기차 운전자 15.85명이 공공 충전기 1기를 이용하는 셈이다. 민간 충전기를 합쳐도 1156기다. 경기도(1744기), 제주도(1440기)보다 적다. 서울시와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구입한 전기차까지 추산해 약 1만2000대가 충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전체 시내버스의 40% 이상인 3000대를 전기버스로 대체할 계획이다.

2018년 전기차를 구입한 유모 씨(36)는 “서울시내에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하고 기껏 찾아가도 일반 차량이 서 있거나 충전기가 고장 나 있을 때가 많다”며 “충전소도 대부분 지붕 없이 충전기만 있는 경우가 많아 비나 눈이 내린 다음 날엔 감전될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유 씨는 “서울시내이지만 초행인 경우 전기차 동호회 커뮤니티에서 충전소 위치, 무료 충전 여부, 충전기 고장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충전기를 2022년 6월 2000기까지 늘릴 방침이다. 시 기후대기과의 그린카보급팀을 보급팀과 인프라팀으로 나눠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충전기는 전기차 보급의 필수 인프라이기 때문에 이용 실적이 적더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역에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