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 양고기에 간장소스 콕 한잔 부르는 ‘칭기즈칸’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1-27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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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류 홍대본점의 ‘생양갈비’.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특별한 날에만 양식당을 찾았던 시절이 생각난다. 남들보다 더 세련된 메인 음식으로 양갈비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양고기와 어울리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채 초록의 민트젤리를 곁들이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았던 때가 떠오른다. 특히 뼈째 나온 양갈비를 손으로 잡고 먹을지 말지를 고민하며 다른 사람들은 뼈에 붙은 살을 얌전히 잘 썰어 먹는지 은근슬쩍 주위를 곁눈질하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양고기가 어느 날부턴가 ‘쯔란’이란 향신료를 듬뿍 찍어 먹는 값싼 꼬치구이집 메뉴가 돼 젊은이들의 왁자지껄 회식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근사한 레스토랑의 양갈비 스테이크와 가스 냄새 잔뜩 밴 양꼬치가 같은 고기인지 혼동이 될 정도로 말이다. 호주나 뉴질랜드의 싱싱한 냉장 양고기의 유입은 외식 메뉴를 더욱 다양화했다. 양고기를 한우 등심처럼 숯불구이로 먹고 된장찌개로 마무리하는 식당도 늘고 중국식 양고기 전골 전문점도 등장했다. 양고기는 더 이상 특별한 날 선택하는 고기가 아니다.

특히 구운 고기를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 ‘칭기즈칸’은 양고기가 낯설고 누린내가 날 것 같다는 선입견을 단번에 해소해 주는 요리다. 두꺼운 철제불판은 우리의 육수불고기 불판같이 둥근 돔 형태이며 사이사이 구멍이 있어 숯불의 열기와 불향이 닿아 고기가 구워진다. 잘 구워진 채소와 양고기를 간장소스에 푹 적셔 윤기 흐르는 흰밥 위에 얹어 먹으면 자연스레 한잔의 술이 뒤따른다. 국내 칭기즈칸 전문점들은 몽골보다는 일본 홋카이도 향토음식에서 유래를 찾고 그곳의 외식 형태를 들여와 성업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1900년도 이후 홋카이도에서 양털 공급을 위한 면양 사육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부산물인 양고기 음식이 발달돼 칭기즈칸 요리가 생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몽골에도 양고기 요리가 있다. ‘호르호그(허르헉)’라는 대표적인 요리는 양고기를 통째로 냄비에 넣고 뜨거운 돌과 함께 쪄낸다. 호르호그를 먹으면 평소 먹는 고기 요리가 얼마나 섬세하고 공을 많이 들인 요리인지 느끼게 된다. 칭기즈칸 요리도 양고기를 불판에 구운 뒤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 스타일로, 다양한 밑간이나 양념을 추가하는 요즘 고기 문화에 비해 단순하며 터프한 방식이다. 마치 몽골 음식처럼 고기 본능에 충실한 구이라는 면에서, 칭기즈칸이라는 이름도 그리 어색해 보이지는 않는다. 칭기즈칸 전문 식당들은 대개 저녁과 심야 영업에 집중하는 곳이 많다. 고기 요리가 낮에는 보신용이지만 밤에는 술도락가들의 애용 요리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칭기즈칸은 더 이상 몽골을 달리지 않고 밤을 달린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이치류 홍대본점.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4. 생양갈비 2만7000원


○ 메종드램. 서울 강남구 언주로148길 35.생갈비 2만7000원

○ 야스노야 본점. 서울 용산구 후암로 8-1. 생양갈비 2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