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가 ‘비수’… 벤투호 6골 중 수비수가 3골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1-24 09: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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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해결사는 수비수였다. 한국축구대표팀이 수비수 김진수(전북)의 천금 같은 결승골 덕택에 힘겹게 2019 아시안컵 8강에 올랐다.

23일 새벽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막툼 빈 라시드 경기장에서 끝난 한국과 바레인의 16강전. 1-1이던 연장 전반 추가 시간. 상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오른쪽 수비수 이용(전북)이 크로스를 올리자 골 지역 왼쪽에 있던 김진수는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며 반대쪽 골문을 향해 머리로 받아 넣었다. 전반 43분 황희찬(함부르크 SV)이 선제골을 넣어 앞서가다 후반 32분 바레인의 무함마드 알 로마이히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위기에 몰렸던 한국 축구를 구한 한 방이었다. 이 골은 이날 점유율 70.5%로 경기를 압도하면서도 골을 넣지 못해 가슴 졸이던 파울루 벤투 감독은 물론 지켜보는 팬들까지 환호하게 만들었다.



김진수는 동료 선수들과 함께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을 다쳐 대표팀을 떠난 기성용(뉴캐슬)의 유니폼을 들어 보이는 골 세리머니를 펼치며 환호했다. 김진수는 “첫 골을 넣은 선수가 그 세리머니를 하려 했는데 여의치 않아 우연히 내가 하게 됐다. (기)성용이 형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어서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진수로선 그동안의 맘고생을 털어내는 뜻깊은 골이었다. 김진수는 부상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벤투호’에 처음 합류한 김진수는 이날 2013년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단 후 37경기 만에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데뷔 골을 기록하며 그동안의 한을 날렸다.

이기긴 했지만 과제도 남긴 경기였다. 한국은 이날 결승골을 수비수 이용과 김진수가 합작하는 등 이번 대회에 나온 6골 중 3골을 수비수들이 넣었다. 중앙수비수 김민재는 2골이나 기록했다.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의 활약이 미미한 것이다. 황희찬이 선제골을 낚았지만 수치에서도 공격수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오히려 슈팅 수에서 한국(16개)은 바레인(17개)에 밀렸고, 골문으로 향한 유효슈팅도 이날 골 개수와 같은 단 2개뿐이었다. 23일까지 이번 대회에서 총 44경기가 열린 가운데, 한국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1.5골로 이 대회 전체 기록(경기당 2.46골)보다 한참 떨어진다.

4-2-3-1 전술을 주로 쓰는 벤투호의 공격은 좌우 측면 수비수의 활발한 침투와 공격형 미들의 경기 조율 능력에 크게 의존한다. 축구 영상·데이터 분석업체 비주얼스포츠에 따르면 이날 2선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토트넘)은 연장전까지 턴오버(상대에게 공격권을 내주는 행위) 횟수가 양 팀 최다인 9회를 기록했다. 대표팀의 두 골을 모두 도운 중국전 때의 날카로움은 없었다. 또한 좌우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이용과 홍철(수원)은 각각 12번과 9번의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이 중 성공한 것은 1번씩 총 2번뿐이다. 선발 풀백의 크로스 성공률이 10%도 안 된 것이다. 이용이 정확히 전달한 크로스 한 방이 바로 김진수의 결승골로 연결됐다. 손흥민의 경기력과 풀백들의 크로스 정확도가 높아져야 하는 상황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기성용이 빠지면서 손흥민과 이청용(보훔)이 전방보다는 미드필드로 내려와 플레이하다 보니 공격력이 약해졌다. 이에 따라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가 고립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한국은 좌우 측면에서 활로를 찾는데 크로스의 질이 떨어졌다. 공격수들도 좌우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의 성향을 알고 뛰어들어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진 않았다. 손흥민은 이미 소속 팀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했고, 이재성(홀슈타인)은 첫 번째 경기 뒤 부상을 당해 경기에 못 나오는 등 여러 이유로 특히 공격진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태”라며 “8강전 이전까지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바이=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