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장내 박테리아가 ‘음식 알레르기’ 막는다

최현정 기자
최현정 기자2019-01-20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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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최근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는 평소 음식 알레르기 있던 아리 공주(오아린 분)가 땅콩이 몰래 쿠키를 먹고 기절하는 장면이 묘사됐습니다. 땅콩 등 특정 식품을 섭취했을 때 인체 면역계의 과잉반응으로 쇼크가 온 것인데요. 이런 음식 알레르기는 특히 소아·청소년층에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합니다.

그런데 이런 음식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장내 박테리아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1월 16일 미국 시카고 대학 아르곤 국립 연구소와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의 공동 연구팀이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학술지에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네 명의 건강한 신생아에게서 장내 박테리아를 채취해 무균 생쥐에 이식하면 우유에 노출되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을 예방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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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유아 네 명의 장내 박테리아는 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우유 알레르기 있는 유아의 장내 박테리아를 이식받은 생쥐는 우유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우유 알레르기는 아이들에게 비교적 흔한 식품 알레르기입니다.


최근 네이처 메디슨 지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또한,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방지하는 특정 박테리아 종이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아네로스팁스 캑케이(Anaerostipes caccae)라는 장내 존재하는 세균이 확인됐습니다.

아네로스팁스 캑케이는 클로스트리디아(Clostridia) 균종에 속하는데 땅콩 알레르기를 예방합니다. 이 박테리아는 장내에서 건강한 미생물 군집을 형성하는 중요한 영양소인 단쇄 지방산 부티레이트를 생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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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베르니 카나니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 교수는 “이러한 발견은 식품 알레르기의 발달에 있어 장내 미생물의 중요한 역할을 보여주고, 박테리아 공동체를 조절하는 것이 식품 알레르기 질환 부담을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카고 대학의 식품 알레르기 교수인 캐서린 나글러 박사는 “장내 미생물을 변형하는 치료법이 음식 알레르기 질환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제안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나글러 박사는 합성미생물의 대사물을 기반으로 생체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는 의료 벤처 클로스트라바이오(ClostraBio)의 사장 겸 공동 설립자이다. 이 회사는 최근 350만 달러(한화로 약 39억 원)를 모금했습니다.

나글러 박사는 메디컬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연구는 우리가 클로스트라바이오에서 하는 일에 대한 개념 증거이기에 흥미진진했다”라며 “우리가 음식 알레르기에서 우리 몸을 보호하는 약을 개발하기 위해 건강한 미생물체의 신진대사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습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