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낫게 만들려는 기업 후원, 재벌 3세로서 해야할 일이죠”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1-16 1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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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김영사에서 1월 8일 만난 정경선 씨는 “인터뷰에 응한 이들의 취지를 책에서 조금이라도 왜곡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그 모습이 그저 평범한 청년으로 보였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미디어 창업자, 장애가 있는 아동을 위한 학습 애플리케이션 회사 창업자, 세계의 빈곤 퇴치를 목표로 활동하는 ‘임팩트 투자’(사회 혁신 추구 기업에 투자)자…. 신간 ‘당신은 체인지메이커입니까?’(김영사)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체인지 메이커’ 20명을 인터뷰해 소개한 책이다. 저자 정경선 ‘루트임팩트’ CIO(최고상상책임자·33)의 프로필도 흥미롭다.

정 씨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아들. 소셜 벤처(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벤처 기업) 창업가 등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와 임팩트 투자회사 ‘HGI’를 설립해 운영한다. 2017년 6월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공유 오피스이자 소셜 벤처의 협업 커뮤니티인 ‘헤이그라운드’를 열었다. 헤이그라운드는 소셜 벤처 80개사의 둥지가 되고 있다.



1월 8일 만난 정 씨는 “책을 내기 위해 인터뷰를 하면서 창업, 투자, 봉사뿐 아니라 윤리를 중요시하는 소비까지 사회문제 해결 노력은 정말 형태가 다양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각종 지원금에 의존하다 좌초하는 사회적 기업도 적지 않다. ‘좋은 일’과 ‘돈 버는 일’이 양립 가능한가.


“그렇다. 물론 소비자의 선의에만 의존하지 않고 고객이 매력을 느끼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일례로 헤이그라운드 안에는 단시간 보육 서비스 회사 ‘째깍악어’를 비롯해 꼭 필요하지만 전에는 없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 벤처들이 있다. 몽골 양치기에게는 적정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중간 마진을 줄여 양질의 캐시미어 의류를 저렴하게 파는 공정무역 기업도 있다.”



―창업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체인지 메이커’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사회문제가 왜 생겼는가,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또한 다른 이들과 협업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가 ‘참고 사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한 말에 십분 동의한다. 이런 면에서 ‘체인지 메이킹’은 일종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루트임팩트의 설립과 운영은 ‘재벌 3세’라서 할 수 있는 일 아닌지….

“당연한 말이다. 나는 이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보다 쉽게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체인지 메이킹’을 잘할 수 있는 분들을 지원하는 게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기업의 미래는….

“사회, 환경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의식적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양질의 교육 제공 애플리케이션이나 특수질환 환자를 위한 식단 제공 서비스 등 신기술 바탕의 해결책도 확산되고 있다. 단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기업과 일반 기업의 경계가 희미해져야 한다고 본다.”


정 씨는 “미래를 살아갈 당사자인 청년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자원, 영향력을 부여해야 앞으로의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을 만들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