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불길 잡으려… 그는 소화기 들고 다시 뛰어갔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1-16 09: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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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서장원 기자
“평소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의협심 강하더니….”

14일 발생한 충남 천안 라마다앙코르호텔 화재 최초 신고자로, 불을 끄려다가 숨진 이 호텔 전기시설팀 주임 김갑수 씨(50)의 죽음을 접한 동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이날 오후 4시 56분경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라마다앙코르호텔 1층. 김 씨의 호텔 동료들 진술과 경찰 설명에 따르면 그는 “대피하라”고 외치면서 화재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밖으로 나가 외벽 가스설비를 차단했다. 앞서 휴대전화로 “라마다호텔 지하 1층. 불꽃 보인다. 연기도 찼다”고 화재 사실을 119에 처음으로 신고하고 시설팀장에게도 보고했다. 팀장이 가스부터 잠그라고 하자 1층으로 올라와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김 씨는 그 후 호텔 밖으로 대피하지 않고 자신이 근무하는 지하 1층으로 다시 내려갔다.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8시 30분경 소방대원들이 뜨거운 화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 지하 1층 중앙통제실 주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지하 1층에 있었다는 호텔의 한 여성 직원은 경찰에서 “김 씨가 소화기로 불을 끄던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 호텔 전희태 대표는 “지하 1층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경찰에 제출할 때 김 씨가 소화기로 진화하는 영상을 봤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하 1층에서 사용하다 만 소화기를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진화하는 영상은 아직 발견하지 못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김 씨는 제가 젊은 대표인데도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해주시곤 해 죄송스러웠다”며 “그가 가스를 잠근 것으로 보이는데 그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중앙통제실과 세탁실, 주차장이 있는 지하 1층에서 일했다. 화재 당시 그는 혼자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 인원 5명 중 2명이 지난해 12월 그만두고 3명이 근무했는데 1명은 교육을 하고 다른 한 명은 17층에서 에어컨 필터를 청소했다. 김 씨는 입사한 지 20여 일밖에 안 돼 월급도 한 번 타지 못했지만 일에 대한 의욕이 높았다. 이 호텔에서 일하기 전 근처 사우나에서 시설 관리 일을 했으나 근무환경이 열악해 고민하던 차에 이 호텔 정식 직원으로 입사했다.


“교대할 때 잠깐씩 만났지만 그냥 보기에도 되게 좋은 분이었어요.” 시설팀 동료 이근하 씨는 “김 씨가 책임감이 넘쳐 절대 남에게 일을 맡기지 않았고 문제 있는 사항은 모두 보고하는 꼼꼼한 성격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김 씨가 바쁜 와중에도 드론 자격증을 따겠다고 매일 아침마다 연습하며 즐거워했다”고 아쉬워했다. 다른 동료는 “호텔 경영난으로 시설과장 등이 그만두면서 김 씨 일이 힘들어졌지만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혼자 살겠다고 빠져나오지 않은 강한 의협심과 자신이 다칠 것을 감수하면서도 피해를 줄이려 한 김 씨의 행동은 평소 동료들이 그에게서 봐왔던 모습이다. 호텔의 한 관계자는 “김 씨가 다음 주에 가족과 함께 놀러 가는데 아직 숙소를 잡지 못했다고 해 리조트를 잡아주려 했더니 자신은 산이 좋다고 사양했다”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시신은 순천향대 천안병원에 안치됐다. 하지만 유족들은 충격 때문인지 15일 오후까지 빈소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천안=지명훈 mhjee@donga.com / 송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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