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막고 불법영업… 서울 노점 올해 사라진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1-14 09: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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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이 보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 좁아진 보행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어깨가 거의 부딪칠 정도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와 맞은편 금강제화 영등포점부터 영등포시장 사거리까지의 영중로 일대 보도(步道) 주인은 보행자가 아니다. 폭 4.5m의 보도 가운데 폭 3m가량을 ‘점령한’ 노점상이다. 1월 12일 오후 찾은 영중로에는 떡볶이, 순대 등을 파는 노점 40여 곳이 영업 중이었다. 영중로의 카페에서 나와 타임스퀘어로 걸어가는 5분간 노점 때문에 좁아진 보도에서 생긴 병목현상에 수차례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스마트폰을 보며 다가오는 보행자를 피할 곳이 없어 서로 어깨를 부딪치기도 했다. 영등포구민 김영민 씨(34)는 “약속이 있어 영중로에 나오면 항상 걷기 힘들다”고 말했다.

노점상도 자신들이 불편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동안 이렇게 해왔고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노점상 A 씨(56·여)는 영중로에서 20년 넘게 분식을 팔아 가족을 부양했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다투다가 손님이 나간 적도 있다”며 “먹고살자니 어쩔 수 없다. 여긴 20년 넘은 일터”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따르면 영중로를 포함해 관내에서 영업하는 노점은 약 370개. 그러나 이달 1일 시행한 ‘거리가게(노점) 허가제’에 따라 허가받은 노점은 아직 없다. 영등포구는 노점상들의 동의를 얻어 재산 조회 중이다. 거리가게 허가제에 따르면 노점상 본인 재산 3억5000만 원 미만, 부부 합산 4억 원 미만이면 생계형 노점으로 인정받는다. 생계형 노점은 구의 도움을 받아 규격에 맞는 부스를 설치할 수 있다.

거리가게 허가제는 서울의 노점상을 양성화해 생계를 보장하고 보행권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2018년 7월 마련한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에 따라 시행됐다. 생계형 노점으로 인정돼 도로점용허가를 신청해 받아들여지면 점용면적(최대 7.5m²) 내에서 점용료(매년 점용도로 공시가격의 0.7%)를 내고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다. 그 대신 정기적으로 위생·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며 도로점용허가는 1년 단위로 갱신해야 한다.


2018년까지 중구, 동작구 등 14개 자치구에서 각자 조례나 지침에 따라 노점상 허가제나 실명제를 운용했다. 이를 통해 중구 명동과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 같은 모범사례도 등장했다. 중구에서 영업하는 노점 1053개 가운데 명동 약 380개, 남대문시장 약 200개 등 588개 노점이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는 구 전체 노점에 일괄 적용되지 않았고, 기준과 조건이 구마다 달라 자치구를 넘나들며 영업하는 노점 관리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따라 서울 노점상은 2018년 9월 기준 7203개인데 이 중 자치구별로 허가받은 노점은 1577개(21.9%)뿐이었다.

거리가게 허가제 시행 효과는 올해 말에나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됐지만 자치구마다 상황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연말이면 본격적 효과가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현재 노점의 절반 정도가 정리되거나 자연 감소하고 나머지 50%는 양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노점상이 반발하는 등 철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로구 노점상 B 씨(52)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점상에게 점용료를 내고 매년 교육을 받으라는 건 너무한 처사”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