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협상 난관’ 토로한 김정은… “北 응당한 요구” 편든 시진핑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1-11 09:41:31
공유하기 닫기
中 대표 호텔 ‘北京飯店’에서 환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1월 9일 베이징 중심의 최고급 호텔인 베이징판뎬에서 오찬을 앞두고 부인 리설주(왼쪽에서 두 번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에서 세 번째),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오른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 8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고충을 밝히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의 주장은 응당한 요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비핵화 과정을 함께 연구하고 조종할 뜻을 처음 공개 선언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며 밝힌 비핵화의 새로운 길, 즉 ‘플랜B’를 북-중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 수 있다고 동시 압박에 나선 것.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환영할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회담 성과를 내려면 북한에 줄 당근을 제대로 준비하라고 베이징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 김정은, 시 주석에 ‘비핵화 협상 중간보고’

조선중앙통신은 1월 10일 정상회담 결과를 전하며 북-중의 비핵화 공동 연구·조종을 첫머리에 올렸다. “(북-중 정상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해 나가는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하였다”는 것. 지난해 6월 19일 3차 북-중 정상회담 때만 해도 “중국과 함께 영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을 추동하겠다”(김 위원장)고 했던 북-중 공조 방향을 더 선명히 제시한 것이다.


이런 공조 선언은 앞서 신년사에서 제시한 ‘새로운 길’처럼 백악관을 겨냥한 대미 압박용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당시 밝혔던 “다자협정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중국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으니 미국이 상응조치를 내놓을 때라고 북한이 압박한 것”이라고 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언급한 새로운 길은 병진노선으로의 회귀라기보다는 결국 중국과 밀착해 비핵화 판을 자기 것으로 바꾸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앞선 1∼3차 방중 때보다 이번에 중국에 더 의지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조미(북-미) 관계 개선과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 조성된 난관과 우려, 해결 전망에 대해서 말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그간 비핵화 협상 상황에 대한 ‘중간보고’를 한 셈이다. 2017년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이어가던 때와 다르게 철저히 ‘아우’임을 내세운 것.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을 지렛대 삼아 대미 협상을 높이는 한편 협상 결렬에 대비한 플랜 B 준비 과정에 본격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김 위원장에 대해 시 주석은 “조선(북한)이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이며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 사항이 마땅히 해결돼야 하는 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유관 측들이 이를 중시하고 타당하게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후견인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 시진핑, “北中 70년 순치(脣齒·입술과 이) 관계”


시 주석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난항을 겪다가 35번째 생일날 자신을 찾아온 김 위원장을 환대했다. 시 주석은 1월 8일 인민대회당에 차린 생일상 앞에서 “올해는 중조 외교 관계 설정 70돌이 되는 해”라면서 “70년 중조(북중) 두 당, 두 나라 인민은 순치의 관계를 맺고 서로 지지해 왔다”고 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평양 방문 요청을 수락하고, 관련한 계획을 북측에 전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관영언론엔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어 미국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왔다.

올해 남북한 방문 의사를 밝혔던 시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 후) 봄에 평양을 찾고, 가을에 서울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발표문에는 없지만 중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황인찬 hic@donga.com·이지훈·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