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다시는 이런 아픔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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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2019-01-10 1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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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서울 동작구 상도초등학교에서 열린 상도유치원 졸업식 행사장 입구 복도에 졸업을 축하하는 플래카드와 풍선이 장식돼 있다. 졸업식장에서 아이들은 붕괴의 충격을 이겨내고 동요와 율동을 씩씩하게 선보였다(왼쪽 사진). 2018년 9월 붕괴 사고가 난 상도유치원 건물이 위태롭게 서 있는 현장 모습(오른쪽 사진).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동아일보DB
“아픔도 고통도 모두 사라지기를…. 이제 여기서 함께 노래할래요.”

1월 9일 오전 10시 반 서울 동작구 상도초등학교 강당. 2018년 9월 6일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로 넉 달간 ‘곁방살이’를 한 어린이들의 ‘유치원생’ 졸업식이 열렸다. 두 달 뒤인 3월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만 5세 아이들 50명은 강당 무대에서 동요 ‘내가 바라는 세상’에 맞춰 천진난만하게 단체 율동을 선보였다. 지난해 붕괴 사고의 아픔을 모두 털어버리려는 듯 씩씩하게 노래를 불렀다. 방청석에 앉은 학부모 100여 명과 선생님들은 감당하기 쉽지 않은 고통을 이겨낸 어린아이들을 대견스러워하며 힘찬 박수로 졸업을 축하했다.



“아이들이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낸 걸 보니 감격스러워요.”(교사 A 씨)

사고 이후 아이들이 상도초교 임시교실에서 더부살이를 한 기억이 아련해서일까. 졸업식을 지켜보던 교사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아이들 졸업식은 오전 11시 10분경 유치원 원장의 졸업장 수여를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삼삼오오 기념사진을 찍은 학부모들과 아이들은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 옆에는 붕괴된 채로 파란 천막을 덮어 쓴 상도유치원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졸업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선생님들의 희생과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사고 직후 교육청의 대처가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상도초교에 마련된 임시교실에는 초기에 유아용 변기가 없어 아이들이 불편을 겪었다. 학부모들이 요구한 후에야 유아용 변기가 설치됐다. 특수학급 분반을 할 수 없어 한 교실에서 가로막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수업을 하기도 했다. 졸업식에 온 B 씨(62·여)는 “손녀가 사고 이후엔 ‘유치원 간다’고 하지 않고 ‘학교 간다’고 말했다”며 “유아들에게 맞춘 환경인 유치원에 비해 임시교실이 여러모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잔존 건물 철거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붕괴 사고로 두 동이었던 상도유치원 건물 중 한 동은 완전히 파괴됐다. 이 건물은 사고 직후인 지난해 9월 9일 철거됐다. 하지만 나머지 한 동은 외관상 피해를 입지 않아 남겨둔 상태다. 상도초교 운동장 조회대는 유치원 붕괴의 여파로 기울어 패널로 아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학부모 C 씨(35·여)는 “아이들에게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8회 진행됐지만 일부는 아직 밤잠을 설치고 손가락을 빤다고 한다”고 말했다. 붕괴 사고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고 트라우마가 남은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봤을 때 만 3, 4세 아동들이 이용하는 임시교실 복도에서는 파손된 잔존 건물이 그대로 보였다.

잔존 건물은 2018년 12월 완료된 동작구 정밀안전진단검사에서 C등급을 받았다. C등급은 보수보강을 거치면 재사용이 가능하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감안해 안전등급과 관계없이 잔존 건물을 철거한 후 재건축할 예정이다. 4개월간 ‘더부살이’를 한 상도유치원은 2월 중순 폐원 예정이었던 인근 동아유치원으로 임차 이전한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