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위해 왕관 버린 말레이시아 국왕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1-08 09: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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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말레이시아 국왕 무하맛 5세(왼쪽). 병가를 내고 러시아 출신 모델 옥사나 보예보디나와 비밀리에 결혼했다는 구설에 올라 사임했다. 유튜브 캡처
말레이시아의 국왕 무하맛 5세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1957년 말레이시아가 영국에서 독립한 뒤 중도 퇴위한 국왕은 무하맛 5세가 처음이다.

6일 일간 더스타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왕궁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클란탄주 술탄(최고 통치자)인 무하맛 5세가 제15대 말레이시아 국왕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왕궁 관계자는 “국왕이 통치위원회에 서신을 보내 퇴위를 공식적으로 알렸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연방제 입헌군주국으로 9개 주 술탄들이 국가수반인 5년 임기의 국왕을 돌아가면서 맡는다. 다른 술탄 중 한 명이 당분간 국가수반을 대행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2월 즉위한 무하맛 5세의 퇴임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매체들은 무하맛 5세가 지난해 11월 초 2개월 동안 병가를 낸 게 화근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스 모스크바 출신 모델 옥사나 보예보디나(26)와 비공개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국왕이 휴가를 내려면 미리 목적을 공개해야 하는데, 무하맛 5세는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다른 술탄들로부터 9일까지 자진 퇴위하라는 압박까지 받았다는 보도도 제기됐다. 술탄들은 2일 밤 예정에 없던 회의를 열고 ‘심각한 사안’에 대해 논의했고 4일에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다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예보디나는 러시아 국립 플레하노프경제대학 경영학부 졸업생으로 2017년 유럽에서 명품 시계 홍보 모델로 활동하다 무하맛 5세를 만나 교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무하맛 5세는 2004년 태국 빠따니주의 무슬림 왕족 후손과 결혼했지만 4년 만에 이혼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