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욕심에… 불법 스테로이드 주사 일반인까지 번져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1-03 10: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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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GettyImagesBank
“스테로이드 약물 구매자의 절반 이상이 일반인이에요. 처음이 어렵지 몇 번 해보면 주사 꽂는 데 30초도 안 걸려요.”

2018년 12월 31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스테로이드 불법 판매업자 A 씨가 기자에게 한 얘기다. 구매자로 가장한 기자는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스테로이드 구매’라고 입력한 뒤 클릭 한 번에 판매업자와 연결됐다. 그는 처방전 없이 임의로 섞은 약물을 주사로 꽂아 넣는 일명 ‘인젝’을 권했다. 중국에서 어렵게 약물을 들여왔다며 12주 치 사용량으로 38만 원을 달라고 했다.



스테로이드는 근육을 단기간에 성장시켜주는 약물이다. 오·남용을 하면 심장병, 불임, 근육 괴사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투약하려면 현행법상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A 씨는 “3년 전에 비해 스테로이드를 찾는 일반인이 10배가량 많아졌다. 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 데다 적발이 되더라도 구매자는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구입을 부추겼다.

주로 보디빌더나 직업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던 스테로이드가 최근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보디 프로필’ 촬영이 유행하는 등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려는 일반인들이 스테로이드의 힘을 빌려 근육을 속성으로 키우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스테로이드 복용자 B 씨는 “부작용이 있기는 해도 단기간에 몸이 좋아져서 한 번 손을 대면 ‘마약’처럼 계속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의 유혹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회원 수 4만 명이 넘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스테로이드를 불법으로 구입하는 방법과 약물 혼합법 등이 버젓이 공유되고 있다. 헬스 트레이너들이 일반인들에게 사용을 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4년간 헬스클럽을 다닌 유모 씨(28)는 “헬스장을 다니면서 트레이너로부터 스테로이드 주사 투약을 권유받았다. 본인에게 개인 지도를 받는 회원의 몸이 좋아지면 홍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0년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며 운동을 하고 있는 C 씨(31)는 “여성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내추럴(약물 사용 없이 근육을 키우는 것)로는 근육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고환이 작아지고 가슴이 간지러운 부작용뿐 아니라 패혈증 때문에 근육이 부풀어 올라 죽을 뻔한 적도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약사법상 일반인이 전문 의약품을 판매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당국의 단속과 처벌은 느슨하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제재결정위원을 지낸 최진녕 변호사는 “스테로이드는 현행법상 판매자만 처벌 대상이고 구매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며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불법 유통을 모니터링하지만 인력이 한정돼 있고 유통 방법 또한 은밀해지고 지능화돼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송혜미·김민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