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 계속할 생각 없다는 말, 사직 의사 아니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1-02 11: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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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헬스 트레이너를 계속할 생각이 없다.”

2017년 7월 서울의 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던 A 씨는 직원회의 도중 이렇게 말했다. 이 헬스장을 운영하는 B 씨가 평소 근무시간에 업무와 무관한 전기기능사 자격증 시험공부를 했다고 질책하면서 “헬스 트레이너를 계속할 생각이 있는 거냐”고 반복적으로 물은 데 대한 대답이었다.



그러자 B 씨는 곧바로 A 씨에게 ‘퇴직 권고문’을 보냈다. A 씨가 근무시간에 사적인 일을 했고 회의에서도 퇴사할 뜻을 밝혔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B 씨는 퇴직 권고문을 통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해고하겠다”고 알렸고 결국 한 달 뒤 A 씨를 해고했다.

이에 반발한 A 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회의 때 발언은 바로 사직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B 씨가 계속 질책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헬스 트레이너라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 없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이라는 취지다. 또 해고할 때 보낸 통지서에는 ‘근로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고용인의 입장만 기재돼 있을 뿐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노위는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이번엔 B 씨가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B 씨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B 씨에게 패소 판결했다고 1월 1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 발언은 ‘피트니스센터를 그만두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앞으로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유지할 생각은 없다는 취지로 보는 것이 타당해 B 씨가 A 씨를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