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락 엄마들 또 ‘유치원 찾아 삼만리’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1-02 10: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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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유치원생 학부모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교육부의 온라인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를 이용했다. 처음학교로가 만들어진 건 2016년이지만, 지난해 이전까지 소수의 사립유치원만 처음학교로에 참여해 사실상 국공립유치원 위주로 운영됐다. 지난해 교육 당국이 처음학교로에 불참할 경우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하면서 2017년 2.7%에 불과했던 사립유치원의 처음학교로 참여율은 지난해 59.9%로 크게 늘었다.

당시 학부모들은 “불편함을 크게 덜게 됐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처음학교로를 이용하면 직접 유치원에 가지 않고도 원서 접수와 추첨 결과 확인, 등록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국공립유치원은 처음학교로를 통해 지원하되, 사립유치원에 지원하려면 학부모가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를 해가며 발품을 팔고, 추첨 현장에도 가야 했다. 유치원 추첨일이 몰릴 경우 온 가족이 동원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대대적으로 처음학교로를 홍보해놓고 정작 처음학교로를 통한 원아 모집은 연말까지로 제한했다. 처음학교로에서 지원한 유치원 추첨 결과는 지난해 12월 4일 발표됐다. 이때 당첨되지 않은 학부모들은 대기번호를 받았지만 공식적인 효력은 1일 상실됐다. 다만, 개별 유치원이 알아서 기존 대기번호 효력을 계속 유지할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했다.

아직 자녀가 다닐 유치원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은 자신이 지원한 유치원에 대기번호 효력이 유지되는지를 문의하고, 그렇지 않다면 빈자리가 있는 유치원을 일일이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빈자리가 없으면 또다시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맞벌이 부부인 김모 씨(37·여)는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네 살까지만 반을 운영해 올해 꼭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데 다 떨어졌다”며 막막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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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처럼 처음학교로에서 모두 탈락한 학부모 수는 아직 정부의 공식 집계가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치원 대비 학부모 수요가 많은 데다 학부모가 선호하는 유치원과 그렇지 않은 유치원이 극명하게 갈려 인기 유치원 위주로 지원했다가 당첨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학부모가 많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유치원 탈락에 따른 고민을 호소하거나, 추가 모집을 실시하는 유치원을 문의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중 추가 모집을 실시하는 유치원 명단을 이날 처음학교로에 공지했다. 그런데 추가 모집 일정과 선발 방식 등은 전적으로 유치원 재량에 달려 있고, 선발과 발표 및 등록도 유치원들이 각기 진행한다. 탈락자나 대기자들이 처음학교로 내에서 유치원 등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결국 학부모가 발품을 팔아야 하는 예전 상황에서 나아진 게 없거나 실망감만 높아진 것이다. 빈자리가 있는 유치원이 있어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비인기 유치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학부모들에겐 고민거리다.

교육부는 현재 처음학교로에서 탈락한 학부모가 어느 정도인지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기자가 수백 명에 이르는 유치원부터 정원 미달인 유치원까지 사정이 워낙 달라 대기번호 효력을 일률적으로 2월 말까지 유지하긴 어렵다”며 “연초는 유치원이 특히 바쁠 시기여서 추가모집을 일반모집처럼 처음학교로에서 진행할 경우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