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더는 호구 아니다… 세계의 경찰 원하면 돈 더 내라”

donga@donga.com2018-12-28 09: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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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미군부대 깜짝 방문한 트럼프 “美, 세계 경찰 계속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6일(현지 시간) 이라크의 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를 방문해 장병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세계의 경찰 역할을 계속해서 맡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해외 주둔 미군부대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바그다드=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미국이 언제까지나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미국의 개입주의 외교노선에 종언을 선언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분쟁지역의 미군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미국은 세계의 호구(sucker)가 아니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미국의 달라질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역설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비롯한 한미 간 동맹 이슈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정점 찍는 트럼프의 신(新)고립주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전격 방문했다. 3시간 반 정도 머물며 장병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는 등 함께 시간을 보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동행했지만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에 반발해 사임을 발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함께 가지 않았다.

분쟁지역 방문을 꺼려 온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2002년 이후 크리스마스에 해외 미군기지를 방문하지 않는 첫 대통령’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 왔다. 25일 야간 항공편으로 예고 없이 이라크 주둔기지를 찾은 것은 이런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첫 해외 기지 방문이라는 의미와 시기 때문이었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대해 어느 때보다 많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장병들에게 한 연설에서 “미국이 보상도 못 받으면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위해 싸워줄 수는 없다”며 “미국이 계속 ‘세계의 경찰’이 될 수는 없는 만큼 싸우기를 원한다면 그 비용 또한 그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호구’가 아니며 이제 사람들도 우리를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 방문을 마치고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동행한 기자들에게 “우리(의 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에까지 전 세계에 퍼져 있는데, 이건 사실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부자 나라들이 자신들의 방어를 위해 미국을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편안한 자세로 25분간 이런 이야기들을 이어갔다고 백악관 풀기자단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 복귀 사실을 알리며 이라크와 독일 미군기지 방문 소감을 적었다. 그는 “굉장한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미군 장병들은) 이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무임승차는 안 돼도 전략기지는 유지



트럼프 대통령의 26일 발언은 갑작스러운 시리아 철군 발표 및 이에 반발한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데 따른 대응 차원에서 나왔다. 그러나 ‘동맹국 무임승차론’의 비판 수위를 어느 때보다 끌어올렸다는 점을 외신들은 주목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에 종언을 선언하기 위해 첫 이라크 방문을 이용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이런 정책 방향은 당장 사흘 앞으로 시한이 다가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줄줄이 연기 혹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 결정까지 전격적으로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알아사드 공군기지 내 장병들에게 “이라크에 있는 미군은 이슬람국가(IS) 격퇴 임무가 중대하기에 계속 남아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주둔 미군이 철수한 뒤 필요할 경우 이라크가 IS와의 전쟁 기지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이라크에는 현재 5000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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