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향 스민 돼지고기 ‘파테드캉파뉴’에 와인 한잔

동아일보
동아일보2019-01-01 1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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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빠스81’의 파테드캉파뉴. 이윤화 씨 제공
아산 설화산의 정기를 받으며 살아온 예안 이씨 집성촌인 외암마을에서 맛봤던 족편은 잊을 수가 없다. 우윳빛 뽀얀 족편은 애기 볼살 같은 부드러운 촉감이었다. 장작불에 암소 앞다리를 오랜 시간 뭉근하게 곤 뒤 실고추와 곱게 채 썬 석이버섯, 달걀지단채와 같은 고명을 올려 부드러운 콜라겐을 묵처럼 굳힌 요리였다. 시집온 지 50년이 넘은 종부가 집안의 내림술인 연엽주와 어울리는 안주로 평생 만들어 온 것이니 감동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족편, 순대, 누름머리, 육포 등 우리식 고기가공이 있듯 서양의 육가공 음식 또한 다양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요리사들은 고기 살에 내장, 뼈, 기름을 활용한 응용 식품을 만들어왔다. 고기에 양념과 허브를 넣고 익힌 뒤 식히거나 말리고 훈연하는 테크닉을 적용해 온 것이다.



요즘 부쩍 서양식 육가공 전문점이 늘고 있다. 프랑스어인 샤르퀴트리(Charcuterie)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돼지고기, 닭고기, 간, 푸아그라, 지방, 선지를 사용해 소시지와 서양식 순대, 햄을 만든다. 등심, 안심처럼 인기 부위가 아닌 내장, 자투리 살코기 등 부속물을 활용해 만든 샤르퀴트리는 대중에게는 단백질 급원으로, 술꾼들에게는 사랑받는 안주 역할을 해왔다.

어릴 적부터 중국집에선 반드시 자장면을 맛보며 계속 올지 말지를 결정하곤 했었는데, 샤르퀴트리에 가면 반드시 주문하는 메뉴가 있다. 바로 ‘파테드캉파뉴(P^at´e de campagne)’다. 간 돼지고기에 닭간(또는 돼지간) 및 각종 허브를 섞어 네모난 형태로 틀을 잡아 구운 뒤 식힌 시골풍 파테다. 육감적인 꼬릿한 고기 맛이 나는 파테를 만나면 진한 와인이나 전통주를 곁들이고 순한 고기 맛의 파테라면 샌드위치에 넣어 커피와 즐기기도 한다.

한국이든 서양이든 육가공품의 공통점은 만들고 굳히는 데 느긋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고, 결과물은 술과 잘 어울리는 안주가 된다는 점이다. 차이는 곁들이는 소스다. 한국식 족편이나 순대는 새우젓, 소금을 찍어 먹는데, 서양의 샤르퀴트리는 소금이 많이 들어가기에 그냥 먹거나 때론 달달한 과일 콩포트를 곁들여 단짠(달고 짠맛)의 조화를 추구한다.


‘랑빠스81’은 파테드캉파뉴는 물론이고 ‘부댕누아르(피순대)’와 사과 콩포트 등 마치 프랑스 비스트로에 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메종조’는 돼지간이 들어간 파테드캉파뉴와 다양한 응용 테린이 참신하다. ‘써스데이스터핑’은 여러 국산 채소가 들어간 제품들로 초보자도 즐기기 쉬운 육가공품을 취급한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랑빠스81. 서울 마포구 동교로30길 17-1. 파테드캉파뉴 단품 1만4000원

○ 메종조.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15길 84. 파테드캉파뉴 100g 8000원

○ 써스데이스터핑.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5안길 6-4 1층. 파테드캉파뉴 80g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