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말려도 ‘채식주의로 아이 키우기’ 고집…호주 일부 부모들 논란

celsetta@donga.com2018-12-27 08:00:01
공유하기 닫기
사진=페이스북 비공개 그룹 '비건 아이주도 이유식(Vegan Baby Led Weaning)' 페이지
성장기에는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자녀에게 완전 채식 식단을 먹이는 호주 부모들이 비난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변의 만류에도 자신들만의 SNS 그룹을 만들어 ‘완전채식 육아법’을 공유해 아동학대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최근 데일리메일 등 해외 매체들은 동물성 식재료를 완전히 배제한 비건(vegan)식단으로 자식을 키우는 일부 부모들의 행태가 어린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유나 계란까지 완전히 배제한 비건 식단을 유지하며 건강까지 챙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오랜 기간 동안 완전채식 식단을 섭취할 경우 영양불균형 때문에 뼈나 뇌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모든 채식주의자 부모가 아이에게 채식 식단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순수한’ 채식 생활을 추구하는 일부 부모들은 의사의 경고도 무시한 채 SNS그룹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개설된 비공개 그룹 ‘비건 아이주도 이유식(Vegan Baby Led Weaning)’ 회원은 2018년 12월 기준 4만 5000여 명에 달합니다.

시드니에 거주 중인 한 회원은 “아이에게 먹이던 요거트를 코코넛 요거트로 바꿨다”고 육아 ‘노하우’를 공유했습니다. 우유로 만든 일반 요거트에는 100g당 193mg의 칼슘이 들어 있지만 코코넛 밀크로 만든 요거트 칼슘 함량은 100g당 4mg에 불과합니다. 또 다른 회원은 의사로부터 아이들의 철분 부족 상태를 지적 받았지만 비건 식단 제공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영양실조 증세로 병원에 실려간 19개월 아기가 완전채식을 하고 있었음이 알려져 아동학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아이 부모는 ‘온 가족이 완전채식을 하고 있다’며 아기에게도 비건 이유식을 먹였다고 인정했습니다.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고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는 일부 부모들의 행태에 호주 시민들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해외 네티즌들은 “채식은 어른이 된 뒤 자기 신념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못 할 짓을 하지 마라”, “저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전문가의 말은 무시한다. 아동학대라고 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