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 금지, 캐롤도 틀지마” 중국이 크리스마스 금지하는 이유

celsetta@donga.com2018-12-21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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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밤새 좁은 굴뚝으로 드나들며 전 세계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남기는 산타 할아버지. 주거환경이 변한 요즘 시대에 맞춰 아파트에도 무리 없이 출입하는 신출귀몰 산타이지만 중국에는 들어가지 못 할 것으로 보입니다.

12월 19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사회적 안정’을 위해 크리스마스 행사 금지령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설치됐던 트리나 각종 장식들도 모두 철거됐으며 성탄 기념 세일 등 행사도 불가합니다. 크리스마스 금지령이 내려진 도시 중 한 곳인 허베이 성 랑팡 시 도시관리국은 공원이나 광장에서 포교 등 일체의 종교적 행위를 금지한다고 공표했습니다.

한때는 중국에서도 12월 25일이 다가오면 길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리고 성탄 전야에 사과를 주고 받는 등 축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핑안예(平安夜·평안한 밤)’이라고 부르는데, 사과를 뜻하는 ‘핑구어(苹果)’와 ‘핑안예’의 발음이 유사해 사과를 주고받는 풍습이 생겨났습니다. 종교적 색채와 관련 없이 두루두루 즐기는 명절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인지한 당국도 이를 따로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성탄절에 관대하던 정부가 칼을 빼어 든 것은 지난해 시진핑 주석이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강조한 뒤부터였습니다. 중국 헌법에는 ‘정상적’ 종교활동을 보호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사실상 자유로운 종교 활동은 금지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9일에는 쓰촨성 청두시 경찰이 지하교회를 급습해 목사와 신도 100여 명을 체포하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성탄절 탄압에 중국 국민들도 “‘정상적 종교’의 기준은 결국 권력자가 정하기 나름”, “무서워서 사과도 못 주고받겠다”며 당황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중국담당 연구원 패트릭 푼(Patrick Poon)은 한 인터뷰에서 “랑팡 시 등 지역 도시들이 크리스마스 탄압에 앞장서는 것은 베이징(중앙 정부)에 잘 보이려는 시도”라고 평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산타클로스를 ‘문전박대’ 하기로 결정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손꼽히는 크리스마스 장식품 수출국입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이 수출한 인조 크리스마스 트리는 전 세계 물량의 60%에 달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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