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겪던 여성 물건값 대신 내 준 남자, 알고 보니 ‘스타 래퍼’

celsetta@donga.com2018-12-14 17: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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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테라 자라밀로 씨 트위터(@Therra)
생활고로 고생하던 한 미국 여성이 유명 래퍼 루다크리스(Ludacris)의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미국 애틀랜타 주에 거주하는 작가 테라 자라밀로(Therra Jaramillo)씨는 지난 7월 대형 마트 홀푸드(Whole Foods)에 들러 장을 보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구조한 유기견들에게 줄 음식도 필요했습니다.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남편이 2014년 세상을 떠나고 교통사고로 딸까지 잃은 이후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평소 동물을 사랑하는 자라밀로 씨로서는 버려진 개를 못 본 척 할 수 없었습니다.

자라밀로 씨의 지갑 사정은 결코 좋지 않았습니다. 홀푸드 마트에 간 것도 친구가 선물로 준 상품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물건값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상품권 가격에 맞춰 장바구니를 채웠습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계산대에 줄을 선 자라밀로 씨는 바구니에서 물건을 꺼내 놓다가 앞사람 물건과 섞였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는 즉각 “이런 죄송해요, 이건 제 거예요”라고 사과하며 물건을 갈라 놓았습니다.

남성의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그는 “괜찮아요, 제가 다 계산할게요”라며 자라밀로 씨가 고른 물건들까지 자기 카드로 결제했습니다. 375달러(약 42만 원)라는 만만치 않은 액수였습니다. 남성은 자라밀로 씨가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다는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낯선 사람의 친절에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이 녹아 내린 자라밀로 씨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는 이후 “제 눈에는 그 남자분이 제임스 본드, 배트맨, 블랙 팬서처럼 보였어요. 이름이라도 알려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크리스(Chris)’ 라고 말했습니다”라며 SNS에 경험담을 공유했습니다.



사진=루다크리스 인스타그램(@ludacris)
자라밀로 씨는 친절한 남성의 도움을 받고 집에 돌아온 뒤에야 그가 유명 래퍼이자 배우인 루다크리스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루다크리스를 TV에서도 봤고 그의 노래도 알고 있었기에 ‘왜 알아보지 못했을까’라는 충격은 더 컸다고 합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어머니를 잃은 자라밀로 씨는 이후 남편과 아이의 죽음 등 불행한 일을 연속적으로 겪으며 정신적, 경제적으로 피폐해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루다크리스는 제가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이고 얼마나 힘겹게 사는지 전혀 알지 못 한 채 그런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그의 친절한 행동은 제 마음 속 꺼져가던 촛불에 불을 붙여 준 거나 다름 없습니다”라고 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를 점점 잃어가던 중 낯선 이의 배려 덕에 다시 한 번 희망을 품게 된 자라밀로 씨. 그는 자기가 받은 호의를 갚고 싶었습니다. 물론 루다크리스는 375달러 정도는 쉽게 쓸 수 있는 부자이고 돈을 되돌려 받을 생각 또한 전혀 없을 게 분명했습니다. 자라밀로 씨는 직접 루다크리스에게 돈을 갚는 대신 그가 세운 재단을 위해 기부금을 모으기로 결심했습니다. 루다크리스는 자기 이름을 딴 ‘루다크리스 재단’을 만들어 청소년 예술활동 지원 등 다양한 공익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으로 모금운동을 시작한 자라밀로 씨는 정말로 1200달러(약 135만 원)를 모아 기부했습니다. 그는 “제가 루다크리스 씨 덕에 배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친절함이란 돈과 같다는 겁니다. 쓰면 쓸수록 나 자신을 더욱 부자로 만들어 주는 유일한 돈, 그게 바로 친절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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