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환 “집에 쌀 떨어져 배우 관두려던 순간, 내 손 잡아준 아내”

polaris27@donga.com2018-12-12 13: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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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배우 김봉환의 필모그래피는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했음을 보여준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시뮤지컬단 지도단원 및 음악감독에 있었고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었으며 월트디즈니 ‘곰돌이 푸’의 ‘티거’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기도 했다. 이에 월트디즈니에서는 2000년, 2003년에 그에게 공로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뮤지컬 ‘땅콩 껍질속의 연가’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가수가 꿈이었던 김봉환은 1973년 KBS에서 주최하는 노래 경연 대회에 나갔다가 연말 결선까지 나가 입상을 했다. 당시 심사위원은 그에게 “뮤지컬을 한 번 해보라”고 제안했다고. 이후 1977년 KBS 가무단으로 입사한 그는 TV에 출연을 하게 됐고 자연스레 ‘땅콩 껍실속의 연가’로도 합류하게 됐다.

“뮤지컬을 하니 연기가 재미있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지금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연기하며 살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생활하는 그 모습 그대로 표현을 하면 연기니까 재미를 느꼈어요. 선배들에게 배우는 것도 참 많았고요. 이 길을 쭉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꿈을 찾고 이룬 것은 반가웠지만 마주한 현실은 힘들었다. 뮤지컬 배우는 지금과는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지 않았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았고 그나마 운이 좋아야 무대에 1년에 한 번 설 수 있었다. 뮤지컬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었던 터라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하고 방송 출연도 하고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를 하는 등 근근이 돈을 벌며 뮤지컬 배우로 살아갔다.

“1988년에 ‘레미제라블’을 할 때 집에 쌀이 떨어져 있는 걸 알았어요. 쌀통에 쌀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곤 자책을 했습니다. ‘한 아이의 아빠고 한 여인의 남편인데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배우를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 아내가 ‘당신은 배우로 무대에 섰을 때가 가장 멋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연기하는 내 모습이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당신이 행복해야 자기도 행복하다고요.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살았어요. 아르바이트도 더 열심히 했고요.”


김봉환은 아내에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아내는 성악을 전공했던 터라 집 안에서 선생이기도 했다. 그는 “아내한테 정말 혼이 많이 났다”라며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뮤지컬 연습을 하면 ‘노래로 연기를 하는 장르인데 왜 당신은 노래만 불러요? 진정성 있게 노래를 해야죠’라며 꾸중을 참 많이 들었어요. 정확한 지적과 나의 부족한 점을 예리하게 짚어주는 선생님과 같은 사람이었죠. 저희 아이들이요? 아들은 지금 뮤지컬 배우예요. 김한재입니다. 뮤지컬 ‘완득이’도 하고 여러 작품에서 활동 중이예요. 좋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봉환은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연기학과 겸임교수로 있기도 했다. 학생을 가르치면서 열정적인 제자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뿌듯하고 더 가르쳐주고 싶은 욕심과 의욕이 생겼다”라며 “학생들이 졸업해서 관련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 일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거든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잖아요. 끈기와 인내를 갖고 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이라서 그걸 극복하는 제자들을 보면 참 좋아요. 연기의 가장 중요한 점은 기본기인 것 같아요. 시키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만들어가야 하니까요. 기본기가 잘 갖춰져야 어떤 환경 속에서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자들에게 그걸 주로 가르쳤지요.”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은 연기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는 “음악감독을 그만 둔 것도 연기가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배우는 내 천직이다.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죽을 때까지 연기자로 남고 싶어요. 과장하지 않고 거칠지도 않고 부드럽게 세상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어요. 그래서 세상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감동도 전하는 메신저로 살고 싶습니다.”

→베테랑 토크③으로 이어집니다.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