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년 고립’ 부족에 살해당한 선교사 가족 “그들을 용서한다”

phoebe@donga.com2018-11-23 2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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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년간 고립 생활을 하던 인도 부족민과 접촉하려다가 그들이 쏜 화살을 맞고 숨진 20대 미국 남성의 가족이 가해자들을 용서한다고 말했다.

인도양 안다만·니코바르 제도의 북 센티넬 섬에 상륙했다가 변을 당한 존 앨런 차우(John Allen Chau‧27)의 가족이 성명을 통해 “차우는 삶을 사랑했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고, 센티넬 사람들을 사랑했을 뿐”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11월 2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당국에 따르면, 차우 씨가 지난 16일 북 센티넬 섬에 도착하는 것을 도운 어민 7명이 체포됐다. 당국은 차우 씨의 시신을 되찾는데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차우 씨는 부족민들에게 생선 등 선물을 건네려다가 살해된 뒤 해변에 묻힌 것으로 전해졌다. 어민들은 차우 씨가 배에서 내리자마자 화살이 날아왔다고 진술했다.

비보를 접한 차우 씨의 가족은 인스타그램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가해자들을 용서한다는 뜻을 발표했다.

“이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우리는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지목된 이들을 용서한다. 또한 우리는 그가 안다만 섬에서 사귄 친구들(어민들)을 풀어 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자신의 자유 의지로 위험을 무릅썼고, 어민들이 그의 행동으로 인해 박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인도 당국은 사고가 발생한 곳을 확인하기 위해 헬리콥터와 배를 보냈다. 안다만 니코바르 군도 경찰 국장은 AFP 통신사에 “아직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며칠 더 걸릴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경찰은 인도 인류학자, 부족 복지 전문가, 산림 관리 공무원 등 현장 전문가들을 동원해 수색대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경찰 국장은 “어떤 방법으로도 그들과 그들의 땅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라며 “이 곳은 매우 민감한 지역이다”라고 강조했다.

센티넬 부족은 6만년 가까이 외부 세계와 접촉을 거부하고 있다. 독감이나 홍역 같은 외부 세계에서 온 질병은 150명가량의 부족민들을 몰살시킬 수 있다. 인도 당국은 센티넬 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섬에 외부인이 접근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 잘못된 꿈을 꾸었던 선교사 청년의 비극 

여행 마지막 날 차우 씨와 접촉했던 한 선교사는 센티넬 섬 부족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말했다.

차우 씨는 가족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여러분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적고 말미에 “하느님, 저는 죽고 싶지 않아요”라고 적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차우 씨는 섬에 가면서 “예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간다”라며 “내가 죽어도 원주민들을 탓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킹 국제기독연대(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ICC) 대표는 차우 씨가 “복음을 전하러 갔다”라며 “잠시의 변덕은 아니었다”라고 BBC에 말했다.

킹 대표는 “차우 씨는 전에 센티널 섬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날이 서너번 째 방문이었는데, 처음 방문했을 때는 화살이 날아와서 돌아갔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큰 물고기를 선물로 가져갔다”라고 말했다.

“내가 알기론 남자들이 선물을 받고, 한 시간 동안 함께 앉아 있었다. 차우는 그들이 위협했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들은 그에게 화살을 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또 간 것이다. 그때 쌍안경으로 관찰하던 어부들은 부족민들이 차우를 죽이는 것을 보았다.”

킹 대표는 “불행하게도 차우는 잘못된 꿈을 꾸었다”라고 말했다.

안다만‧니코바르 섬은 인도양에서 동쪽으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섬에 있는 몇몇 부족들과의 접촉은 불법이다. 2017년 인도 정부는 안다만 섬 부족들의 사진을 찍거나 비디오를 만들면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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