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여친 인증’ 피해자 “혹시나 했는데 내 사진이…상상도 못해, 무서웠다”

cja0917@donga.com2018-11-21 10: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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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여친 인증’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의 신체 사진이 첨부된 글이 잇따라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일베 여친 인증’ 피해자라고 밝힌 A 씨는 21일 “진짜 놀랐고 상상도 못했다. 무서웠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사진=일간베스트저장소 홈페이지 
A 씨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포털사이트에서) ‘불법 촬영’ 검색어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베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내 사진을 발견했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A 씨는 일베에 올라온 문제의 사진에 대해 약 5년 전 쯤 교제한 남자친구가 찍었던 것으로, 노출 사진은 아니지만 자신의 얼굴 일부가 드러나 자신의 지인들은 다 알아볼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사진을 본 일베 회원들이 ‘가렸는데도 어디가 부족하다’는 식의 댓글을 남겼다며 “다른 사람(피해자)들 사진 보니까 예쁘게 나온 사진들에는 ‘따XX 싶다’, ‘길에서 만나서 강간하고 싶다’ 이런 댓글도 많더라”고 전했다.

A 씨는 자신의 사진을 발견한 후 경찰서에 신고하고 지워달라고 요청했지만, 본인이 직접 지워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일단 사귈 때는 서로 동의 하에 찍은 사진이었다. 누가 몰래 찍었다면 조사를 해주겠는데 몰래 안 찍었더라도 어쨌든 올린 건 잘못인데 그렇게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다더라”며 “경찰이 봤을 때는 그냥 같이 찍은 사진이니까 누가 거기에 댓글로 성희롱을 했든 어쨌든 사진 자체는 그런 사진이 아니니까 올린 사람을 처벌하고 싶으면 제가 직접 증거를 모아서 민사로 재판을 하든지 해야 한다더라”고 설명했다.
결국 A 씨는 일베 문의 게시판을 통해 사진 속 인물이 본인이라는 인증을 한 뒤에야 운영자가 사진을 삭제해줬다고 했다.

A 씨는 일부 일베 회원들이 여전히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베 게시판 보면 ‘압수수색한다고 해도 이렇게 대답하면 빠져나갔다’ 이런 방법을 오히려 공유하더라. 어떤 사람이 ‘몰카 찍어서 (경찰에)갔다 왔는데 얼굴을 가리고 올렸기 때문에 그냥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이다, 이 사람이 내 여자친구라는 증거가 있냐 이런 식으로 우겼더니 무혐의가 떴다’고 후기를 올렸더라. 이런 글이 추천 몇 천 개 받아서 오히려 ‘이렇게 하면 처벌 안 받으니까 계속 올려야지’ 하면서 아직도 많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이 같은 ‘여친 인증’ 사진을 올리는 남성들의 심리에 대해 “과시욕과 인정 욕구가 주된 심리 기제가 아닌가”라며 “이 여성을 그냥 아는 사람이 아니라 내 소유의 여성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하나의 도구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대표는 또한 “이전에도 소라넷 같은 불법 포르노 사이트 등에서 아내나 여동생 혹은 사촌누나 등과 같은 여자 지인에 대한 사진이 올라오는 경우가 계속 있어 왔다. 남초 사이트 같은 경우에는 명절에 사촌 몰카도 계속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에 따르면, 성적인 촬영물의 경우 동의 하에 찍어도 동의 없이 유포하면 성폭력 처벌법 14조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 한다. 피해자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동의 하에 유포된 것인지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성적인 촬영물이 아닌 셀카 사진 같은 경우엔 성폭력 처벌법 14조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서 대표는 “그 사진이 어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진이라면 명예 훼손죄 정도가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댓글을 단 사람들의 경우에는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일단 성폭력 처벌법으로는 처벌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그러면서 “그런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이 있을 때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특정 신체 부위다, 아니다 라는 판단 기준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성폭력의 판단 기준을 경찰이나 혹은 판사가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어떻게 느꼈는가 기준으로 바뀌어서 판결이 내려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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