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전범기’ 걸려…물러서지 않겠다” 캐나다 한국학생들 청원

celsetta@donga.com2018-11-20 14: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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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교실에 ‘욱일기(전범기)’가 걸려 있습니다. 선생님께 말했지만 이것도 역사의 일부니까 내릴 수 없다고 합니다. 도와주세요.”

캐나다에서 공부 중인 한국 학생들이 최근 온라인 청원 사이트 change.org에 올린 글입니다. 밴쿠버 인근 도시 랭리(Langley)의 월넛 그로브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은 교실 벽에 커다란 욱일기가 붙어 있는데 학교 측에 아무리 항의해도 떼지 못하게 한다며 네티즌들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가서 ‘욱일기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제국주의 역사를 담고 있는 깃발이며 나치 문장(하켄크로이츠)이나 마찬가지’라 설명하고 내려 달라 부탁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교감 선생님은 ‘이 깃발은 교육용’이라며 내릴 만 한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생각에 이건 토론할 가치가 있는 역사가 아닙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은 ‘전범기를 보고 역사를 생각하기보다는 불쾌해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며 청원글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알려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사이트에 글을 올린 9학년 학생 문병준 군은 “모두들 아돌프 히틀러와 독일 나치당이 잔인한 만행을 저질렀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일본이 전쟁 당시 저지른 성노예 범죄, 생체실험(마루타), 난징 대학살 같은 일들에 대해선 (캐나다)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습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나 일제의 만행은 똑 같은 것”이라고 강조하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1만 명에 가까운 네티즌들이 청원에 동의했고 학생들은 마침내 뜻을 이뤘습니다. 문 군은 19일 “온라인 청원이 시작되고 학교로 셀 수 없이 많은 항의 편지가 쏟아지자 학교 측이 즉각 조치(깃발 철거)를 취했습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이 일을 세계 곳곳에 알려 주시길 바랍니다. 일본 전범기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려야 합니다”라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학교에 걸린 전범기는 내려갔지만 현지 한인들은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밴쿠버 소재 법률회사인 미래 법무법인(Mirae Law Corperation) 소속 김세윤 변호사는 20일(한국은 21일) 동아닷컴에 “랭리 교육청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고소장을 브리티시콜럼비아 주 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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