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때마다 보던 그 할머니”…‘거제 살인사건’에 시민들 안타까운 탄식

lastleast@donga.com2018-11-02 14: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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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캡처
경남 거제에서 20대 남성이 50대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사건 발생 지역인 거제 시민들은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거제 살인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달 4일 오전 2시 37분경 거제시 고현항 크루즈터미널 인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지난달 31일 뒤늦게 알려졌다.

피의자 박모 씨(20·남)는 터미널 인근 주차장 앞 길가에서 쓰레기를 줍던 윤모 씨(58·여)의 머리와 얼굴 등을 수십 차례에 걸쳐 폭행,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윤 씨가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머리채를 잡고 무릎과 발로 얼굴과 머리를 수십 차례 때리는 등 폭행을 저지르고, 윤 씨의 상태를 관찰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씨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뇌출혈과 턱 뼈를 비롯한 다발성 골절 등으로 숨졌다. 숨진 윤 씨는 키가 132cm, 체중 31kg에 불과할 정도로 왜소한 체격이었던 반면, 피의자 박 씨는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격이었다.

잔혹한 폭행 사건에 거제 시민들은 분노와 숨진 윤 씨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5만7000여명의 이용자들이 멤버로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거제도 모임’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글이 이어졌다.

한 거제 시민은 “미치겠다. 이건 아니다. 사무실 출퇴근할 때 마다 보던 할머니다, 작고 외소해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분이다. 이건 아니다. 죽은 분은 우리 이웃이다. 옆집 사는 사람이다. 동네 주민이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다른 시민들도 “그 할머니, 선착장 다리 밑에서 매일 폐지 줍고 밤마다 기도하면서 방울 흔드시는 분. 키 엄청 작고 마르신 분. 설마 했는데 진짜 마음이 아프다”, “그 할머니는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서 평화롭게 바다나 쳐다보고 있던데 그 평화로운 바닷가에서 맞아 죽을 줄 누가 알았겠나. 겨울에는 따듯한 데서 보내이소” 등이라며 숨진 윤 씨를 애도했다.
 
박 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상해치사 혐의로 사건을 송치한 거제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경남거제경찰서 측은 언론 브리핑에서 “술에 취해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이 신빙성이 있어서, 이 모든 점을 고려해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해서 상해치사 혐의를 의율(적용)했다”고 밝혔다.

또 박 씨의 휴대전화를 복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증거가 다 명확했다. 그래서 별도의 추가 디지털 포렌식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래서 경찰 믿고 다닐 수 있겠나”, “나도 살인 저지르고 술 먹어서 기억 안 난다고 하면 상해치사 받는 부분인가?”, “세금 아깝다”, “경찰에게 더 화가 난다” 등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경찰과 달리 박 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박 씨가 ‘사람이 죽었을 때’, ‘사람이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등의 문구를 검색해본 점을 미뤄 살인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약자를 골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창원지검 통영지청의 류혁 지청장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30여분에 걸쳐서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한 점, 피해자가 전혀 저항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엄벌할 필요성도 있고 원래 이 행위 자체가 살인죄에 더 적합한 행위라고 보아서 살인죄로 의율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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